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018년 8월 재임 시절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018년 8월 재임 시절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은 주한미군이 주요 훈련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국내 정치적 압박을 수용해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쳐왔다고도 지적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 잡지 ‘포린어페어스’에 올린 ‘북한과의 일괄 타결’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의 국내 정치적 압박이 훈련 제한의 주요 요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러한 포퓰리즘적 정책들을 수용했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이슈들에 비교적 덜 정치적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에 대한 훈련 제한 사례로는 아파치 공격 헬기 부대 사격훈련 중단을 들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군사 대비 태세의 핵심인 기동과 탄약 사용으로 접근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훈련 지역으로의 접근이 제한돼왔다”며 “이는 미국이 아파치 공격 헬기 등 특정 병력을 훈련을 위해 일본이나 알래스카로 재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경북 포항시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제기한 훈련 중단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3월 사격 훈련을 중단한 바 있다.

차기 대선 기간 동안 주한미군 훈련 시설 접근 문제가 비정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동맹은 한국 대선 캠페인 도중이나, 끝나고 나서나 연속성을 유지해야만 한다”며 “트럼프-문재인 시기의 동맹 약화의 핵심 원인은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 방위를 정치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당들이 적극적으로 상대 정당과 반대되는 입장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반미(反美)·반동맹 정치의 기반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려 시도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강압 수단이 예상된다며 한·미가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중국은 종종 자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활용해왔다”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영향을 받은 산업 영역은 사드 배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대기업부터 관광산업과 K팝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가 가까워질수록 중국의 괴롭힘(bullying)이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과 혼동돼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과의 종전선언은 한반도 정치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하고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을 향한 자신의 국내 정치적 레토릭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종전선언은 현재의 휴전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측 간에 협상이 필요한 평화협정과는 어떤 면에서도 연결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