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터진 김연경, 막판 해결사 박정아, 울어버린 염혜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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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 위기서 한일전 극적 역전승 일군 여자배구
학폭 논란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공백 메운 '팀워크'
학폭 논란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공백 메운 '팀워크'
지난달 31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한일전은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곁들인 명승부로 남게 됐다. 마지막 5세트 12-14로 한 점만 내주면 끝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4연속 득점, 16-14로 뒤집는 극적 역전승을 연출하면서다.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은 이미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은 월드 스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승리에 목말라했다. 이날 한일전에서는 허벅지 핏줄까지 터진 채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이같은 몸 상태에도 김연경은 30점을 꽂으며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27득점을 올린 일본 대표팀 에이스 코가 사리나에 판정승을 거뒀다. 김연경은 앞서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일전 31득점으로 일본 코트를 맹폭한 데 이어 2개 대회 연속 한일전 승리를 이끌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36년 만의 4강을 이끈 김연경은 당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김연경이 8강 티켓이 걸린 한일전에 이를 악물고 뛴 이유다. 일본 현지 매체도 김연경의 공수 맹활약을 두고 “일본의 앞을 가로막은 건 절대 에이스였다”고 평가했다.
5세트 막판 역전승을 일군 또 다른 주역은 박정아다. 승부처에서 김연경에게 공격 기회를 몰아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연경이 후위에 서 있는 동안 박정아가 공격을 도맡았다. 일본의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박정아에게 연이어 토스가 갔다. 12-14에서 13-14로 쫓아간 뒤 일본 공격을 우리 수비가 건져 올렸고, 박정아가 대각선 오픈 공격을 상대 코트 맨 끝에 걸치게 꽂으며 동점이 됐다. 조금만 길었다면 일본에 경기를 내주는 살 떨리는 상황이었지만,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공격을 성공시켰다.
듀스가 되면서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상대 공격 범실로 15-14 역전한 뒤 박정아가 다시 한 번 공을 상대 코트로 밀어 넣어 터치아웃 시키면서 극적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날 경기에서의 15득점 기록 자체보다 순도가 훨씬 높은 인상적 막판 분전이었다.
박정아로선 해묵은 상처를 털어낸 경기라 할 만했다. 박정아는 네덜란드와 맞붙은 지난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부진했다. 상대 서브 타깃이 돼 리시브 난조를 보인 끝에 팀이 졌다. 이 패배로 4강 진출에 실패해 박정아는 쏟아지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랬던 박정아가 한일전 역전승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세터 염혜선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자신도 “내가 가장 많이 울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대표팀에서 백업 자리가 익숙했던 그가 ‘주전’으로 한일전 승리를 이끌어내며 8강행을 확정지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놓은 염혜선은 사실상 자신이 주전으로 뛴 경기에서 처음 일본을 이긴 셈이 됐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백업 역할을 할 때가 많았던 염혜선은 이다영이 학교폭력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면서 이번 올림픽 주전 세터를 맡았다.
사실 김연경을 받쳐주는 공격수 역할도 이다영과 쌍둥이인 이재영이 해줘야 했지만, 역시 대표팀에서 빠지면서 박정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결코 작지 않은 공백을 팀워크로 극복하며 8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우리 대표팀은 김연경이 주전으로 뛸 때 다시 한 번 메달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은 이미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은 월드 스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승리에 목말라했다. 이날 한일전에서는 허벅지 핏줄까지 터진 채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이같은 몸 상태에도 김연경은 30점을 꽂으며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27득점을 올린 일본 대표팀 에이스 코가 사리나에 판정승을 거뒀다. 김연경은 앞서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일전 31득점으로 일본 코트를 맹폭한 데 이어 2개 대회 연속 한일전 승리를 이끌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36년 만의 4강을 이끈 김연경은 당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김연경이 8강 티켓이 걸린 한일전에 이를 악물고 뛴 이유다. 일본 현지 매체도 김연경의 공수 맹활약을 두고 “일본의 앞을 가로막은 건 절대 에이스였다”고 평가했다.
5세트 막판 역전승을 일군 또 다른 주역은 박정아다. 승부처에서 김연경에게 공격 기회를 몰아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연경이 후위에 서 있는 동안 박정아가 공격을 도맡았다. 일본의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박정아에게 연이어 토스가 갔다. 12-14에서 13-14로 쫓아간 뒤 일본 공격을 우리 수비가 건져 올렸고, 박정아가 대각선 오픈 공격을 상대 코트 맨 끝에 걸치게 꽂으며 동점이 됐다. 조금만 길었다면 일본에 경기를 내주는 살 떨리는 상황이었지만,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공격을 성공시켰다.
듀스가 되면서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상대 공격 범실로 15-14 역전한 뒤 박정아가 다시 한 번 공을 상대 코트로 밀어 넣어 터치아웃 시키면서 극적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날 경기에서의 15득점 기록 자체보다 순도가 훨씬 높은 인상적 막판 분전이었다.
박정아로선 해묵은 상처를 털어낸 경기라 할 만했다. 박정아는 네덜란드와 맞붙은 지난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부진했다. 상대 서브 타깃이 돼 리시브 난조를 보인 끝에 팀이 졌다. 이 패배로 4강 진출에 실패해 박정아는 쏟아지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랬던 박정아가 한일전 역전승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세터 염혜선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자신도 “내가 가장 많이 울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대표팀에서 백업 자리가 익숙했던 그가 ‘주전’으로 한일전 승리를 이끌어내며 8강행을 확정지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놓은 염혜선은 사실상 자신이 주전으로 뛴 경기에서 처음 일본을 이긴 셈이 됐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백업 역할을 할 때가 많았던 염혜선은 이다영이 학교폭력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면서 이번 올림픽 주전 세터를 맡았다.
사실 김연경을 받쳐주는 공격수 역할도 이다영과 쌍둥이인 이재영이 해줘야 했지만, 역시 대표팀에서 빠지면서 박정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결코 작지 않은 공백을 팀워크로 극복하며 8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우리 대표팀은 김연경이 주전으로 뛸 때 다시 한 번 메달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