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기업 간 거래) 유통업을 중심으로 재활용처리업, 공산품 생산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매출 1000억원이 목표입니다.”

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정상용 비케이탑스 대표(사진)는 “올해 대대적인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비케이탑스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5월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회사의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7년 만의 흑자 전환

비케이탑스의 전신은 1991년 동양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로 출범한 동양네트웍스다. 동양네트웍스는 2015년 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CP(기업어음)를 판매하다 투자자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동양그룹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졸업하면서다. 이후 일곱 차례 주인이 바뀌며 기나긴 적자의 시대를 맞았다. 주력 사업인 동양그룹 대상 IT서비스업을 하지 못하게 된 점이 컸다.

회사가 변화를 맞이한 건 지난해부터다. 정 대표는 지난해 4월 자신이 100% 소유한 와이퀸텟의 이름으로 비케이탑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비케이탑스’ 사명으로 바뀐 지 한 달 된 시점이었다. CEO였던 김봉겸 전 비케이탑스 대표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정 대표는 “회사 정상화가 시급했기 때문에 비케이탑스에 대해 이해가 깊은 김 전 대표와 1년간 사실상의 협업을 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올 5월 CEO 자리를 정 대표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IT서비스업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컸던 B2B 유통업은 혁신의 실마리가 됐다. 정 대표는 비케이탑스의 오랜 유통·생산업 노하우를 공산품 생산사업에 접목했다. 마스크·물티슈 등 소비자 수요가 있는 상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마침 비케이탑스가 생산해 참존에 납품한 마스크는 ‘연예인 마스크’로 불리며 대박이 났다.

B2B 유통업도 확대했다. 비케이탑스는 10개가 넘는 브랜드의 100여 개 상품을 온·오프라인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비케이탑스가 가장 주력하는 판로다. 정 대표는 “150조원 규모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최고의 유통 파트너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결실은 지난 1분기 나타났다. 비케이탑스는 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14년 1분기 후 7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 대표는 “이제 남은 건 8년 만의 연간 흑자 전환”이라고 했다.

“재활용처리업으로 700억원 매출”

올해에는 또 다른 분야에 도전했다. 필요 없어진 공장 등을 매입해 안에 있는 고철과 기기 등을 처분하는 재활용처리업이다. 비케이탑스는 지난 3월 경북 상주에 있는 옛 웅진그룹 폴리실리콘공장을 310억원에 매입했다. 공장 안에는 각종 기계와 고철·비철이 많았다.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산업 쓰레기를 적절한 매수자를 찾아 판매하는 것이 이 회사 재활용처리업의 골자다.

최근까지의 진행 상황은 순조롭다.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고철·비철이 거의 다 팔려나간 상태다. 정 대표는 “때마침 올해 고철 가격이 크게 올라 판매가 순조로웠다”며 “이 사업으로만 7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케이탑스는 지난달 로봇청소기 수입사업도 시작했다. 경기 김포에 있는 공산품 공장을 인수해 화장품 생산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정 대표는 “그간 생산한 공산품이 다른 브랜드 상표로 판매됐는데, 내년부터는 비케이탑스 자체 브랜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동양네트웍스라는 이름이 따라다니지 않는 독자적이며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