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시 협업을 준비해야 할 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동업하지 말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동업자 간에 원수가 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은 동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기업 실태조사(2018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창업 중 공동 창업 비중은 4.6%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은 동업으로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세계적 혁신 기업인 구글은 천재 두 사람이 동업으로 키운 회사다. 한국은 LG그룹이 거대 기업을 이루고 GS, LS, LIG, LF, LX 등으로 분할한 것이 유일한 모범 사례일 정도다.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성공 확률이 낮다. 특히 동종 업계 간 합병은 애초 의도와 다르게 성과가 신통치 못하다. 2개 회사를 합쳐 ‘1+1=3 또는 4’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합병 초기 ‘1+1=2’였다가 시간이 흐르면 ‘1.5’로 줄어들기도 한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분란만 커졌음을 암시한다.

동업과 기업의 인수합병이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자영업부터 대기업까지 경영의 투명성이 낮기 때문이다. 동업자가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 결합은 파국으로 향해 간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확실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의사결정 주도권을 놓고 경쟁마저 벌어지면 그 동업은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인은 ‘용의 꼬리’보다는 ‘닭의 머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모든 조직의 목표는 어떻게 협업을 이룰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대기업에서도 협업 능력이 중요한 채용 기준이 됐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노벨상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받는 공동 수상 비중이 늘어가는 것은 복잡한 연구일수록 협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조금 생각을 바꿔 보자. 혼자 열심히 일하면 100만큼 성과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의 최대 성과는 딱 100이다. 그러나 평소 주변 동료 10명에게 업무 지식이나 인간적 관심 등을 모두 나눠줬다고 가정하면 자신의 능력 전부를 아낌없이 10명에게 줄 수 있다. 이후 본인에게 어려운 일이 일어나서 10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보답으로 각자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면 1000의 보답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생활에서 적용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생각이 널리 확산한다면 동업이나 기업의 합병도 훨씬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인 샤롬 슈바르츠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테이커(Taker)보다 사회와 타인에게 많은 것을 나눠주는 기버(Giver)가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혼자 있다 보니 혹시 협업을 잊지는 않았는가. 포스트 코로나 대책은 협업의 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