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부지방 홍수와 코로나19 델타 변이 재확산이 겹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예상보다 빨랐던 세계 경기 회복 속도도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문지수 지속 감소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제조업 PMI가 전달(50.9)보다 낮아진 50.4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추정치 50.8을 밑돌았다. 제조기업 30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하는 제조업 PMI는 기업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에,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고 본다.

중국의 월간 제조업 PMI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여파로 35.7까지 떨어졌다가 같은 해 3월 52.0으로 올라간 뒤 올해 7월까지 17개월 연속 50을 웃돌았다. 올 들어선 지난 3월 51.9를 찍은 뒤 4개월 연속 하락세다. 특히 7월의 50.4는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PMI 하락에는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부 허난성 일대부터 전국으로 퍼진 대규모 폭우 피해, 난징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위 지표들을 보면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 신규 주문지수는 47.7로 추락했다. 3월 51.2를 기록한 뒤 4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공장가동률지수는 6월 51.9에서 지난달 51.0으로, 재고지수는 48.0에서 47.8로 내려갔다.

인프라 투자 다시 늘리나

상반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한 수출이 하반기에는 주춤해지면서 올해 중국 경제는 ‘상고하저’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중국 정부는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에 기대를 걸었지만 전력난과 홍수, 코로나19 재확산 등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오히려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일찍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기저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보다 18.3% 올랐지만 2분기에는 7.9%로 내려갔다. 8%는 넘을 것이란 시장의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중국의 성장률을 기존(8.4%)보다 0.3%포인트 낮춘 8.1%로 제시했다. 중국의 재정정책 강도가 예상보다 약하기 때문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중국은 지방정부 및 한계기업의 부채 부담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확장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 어려운 상황이다.

ING그룹은 지난달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9.4%에서 8.7%로 0.7%포인트 낮췄다. ING는 미·중 갈등과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중국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중국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며 전망치를 7.9%로 하향 조정했다. 6월엔 바클레이스와 모건스탠리가 9%였던 전망치를 모두 8%대로 조정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중국의 경제 운용 방침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하반기 경제점검 회의에서 지도부는 확장적 재정정책, 신에너지차 등 제조업 지원 확대, 무리한 탄소저감 자제 등 3월 말 회의에선 볼 수 없었던 키워드를 추가했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채 부담에 상반기 인프라 투자 자제령을 내렸던 중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