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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픽셀6 예상 사진. 출처는 IT 트위터리안 Jon Prosser
구글 픽셀6 예상 사진. 출처는 IT 트위터리안 Jon Prosser
구글이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판매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죠. 2016년부터 '픽셀'이란 폰을 미국 등에서 판매 중인데요. 한국에 정식 출시는 안 되고 있지만 '구글 폰'이란 상징성 때문에 관심도는 높습니다.

현재 픽셀은 시리즈 5까지 나왔습니다. 시리즈 6는 오는 4분기 출시 예정입니다. IT업계에선 어느 때보다 픽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유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때문입니다. '픽셀 6'엔 구글이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AP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글은 3일(현지시간) '텐서'란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구글의 이전 스마트폰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퀄컴의 스냅드래곤 AP가 들어갔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했던 구글은 픽셀 폰에 퀄컴의 프리미엄 칩이 아닌 중급 제품을 주로 넣었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구글 픽셀 6부터 자체 개발 칩을 탑재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구글 칩, 스마트폰 뿐만아니라 크롬북에도 적용 전망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체로부터의 독립입니다. 구글 입장에선 자사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맞춤형 칩'을 넣고 싶을 것입니다. 자체 칩을 통해 스마트폰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물론 퀄컴, 미디어텍 등 AP 전문 업체들에 '구글 폰 맞춤형 칩'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이자 '마이너'인 구글의 위상을 감안할 때 AP 전문 업체들에 '전용 AP'를 부탁하는 게 쉽지 않았을겁니다. 설사 성사가 된다고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고요.

마침 '엑시노스(Exynos)'란 AP를 개발, 생산하고 판매하는 삼성전자가 타사의 자체 칩 개발을 돕는 데 적극 나섭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구글이 AP를 만들 수 있게되면 AP 시장의 경쟁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 됩니다. 좋은 건 아니겠죠. 하지만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측면에선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어차피 공장이 없기 때문에 자체 칩 생산을 파운드리업체에 비용을 주고 맡겨야하는데, 개발 과정에 관여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공장이 '위탁 1순위'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이번 스마트폰용 AP 개발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반도체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춰 크롬북이라고 불리는 노트북에서부터 AI(인공지능)칩, 자율주행차 '웨이모'용 칩 등으로 확대적용할 계획입니다. 웨이모용 칩 개발과 관련해선 삼성전자가 또 구글과 함께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구글 주연, 삼성전자 조연의 '구글 실리콘'을 향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게될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참고로 최근 부품업계에선 구글이 픽셀6 생산을 계획보다 200만대 이상 늘린다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애플이 개발한 M1 칩은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나다" 평가

사실 구글의 행보는 애플과도 닮았습니다. 애플은 독자 개발한 아이폰용 AP인 'A시리즈'를 2000년대 중반부터 아이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애플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자체 칩 개발에 나섰습니다. 2000년대 초반 아이폰 출시를 구상하고 있던 스티브 잡스와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아이폰 AP 공동개발', '삼성전자가 AP 전량 공급' 계약을 맺은 영향이 컸습니다. 이후 2007년 1세대 아이폰 AP부터 아이폰4S에 들어간 AP인 'A5'까진 두 회사가 사실상 함께 만들었습니다.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이뤄졌고요. 구글과 비슷한 모습이죠.

애플은 자체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를 위해 M&A에도 주력했습니다. 2008년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팔로알토 세미컨덕터(인수액 2억7800만달러), 2011년 플래시메모리 기업 아노비트(5억달러), 2018년 전력반도체 전문 업체 다이얼로그(6억달러), 2019년 인텔 모뎀칩사업부(10억달러) 등을 인수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 결과 애플의 A시리즈 AP는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이폰 12에 탑재된 'A14 바이오닉' AP가 좋은 사례인데요. 대만 TSMC의 최신 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되는 이 칩은 각 종 성능평가 사이트에서 경쟁 제품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삼성전자 '엑시노스 2100'을 능가하는 점수를 보여줬습니다.
M1칩을 탑재한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연합뉴스
M1칩을 탑재한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연합뉴스
정점은 애플이 지난해 6월 선언한 'PC용 CPU(중앙처리장치)' 독자개발입니다. '인텔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입니다. 애플은 노트북용 칩 'M1'을 지난해 11월 공개했습니다. M1은 노트북에 내장돼 데이터 연산·통신·저장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 칩셋(SoC)입니다. 애플은 현재 M1을 보급형 맥북, 아이패드 등 PC나 노트북, 태블릿용 프로세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등 일부 기능에선 부족한 점이 있지만 배터리 효율성, 멀티태스킹 능력, 그래픽 처러능력 등에선 인텔 CPU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1분기 애플의 태블릿용 AP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한 배경은 A14바이오닉과 M1"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자체 개발 칩'에 대한 구글과 애플의 끝없는 도전에 기존 반도체 업체인 인텔, 퀄컴 등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반도체 업체들은 각각 신사업(인텔은 파운드리, 퀄컴은 자동차나 웨어러블 관련 칩) 진출을 선언하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고심하는 상황입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