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안전감독 결과로 본 중대재해법 포인트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부터 실시했던 현대건설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진단 및 본사와 전국 현장에 대한 감독결과를 지난 2일 공개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1년 이후 사고사망자가 51명 발생해 정부 안전감독 대상이 됐습니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태영건설, 대우건설 등 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본사 및 현장 감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현대건설 본사 및 68개 현장 감독 결과 본사 및 45개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본사에 대해 과태료 198건(3억9140만원), 시정조치 2건을 내렸습니다. 전국 건설현장에 대해서도 사법조치 25건을 비롯해 과태료 76건(1억7621만원), 시정조치 75건을 통보했습니다.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았거나 추락방지 조치 등 위험관리 미흡, 안전관리비 부적정 사용 등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고용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이같은 법위반 사항에 대한 조치 결과는 자료 말미에 간단히 언급됐습니다. 대신 자료의 대부분은 현대건설이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을 지키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현대건설 안전감독을 계기로 기업, 특히 건설사의 중대재해법 준수 가이드라인인 셈입니다.

본사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관련해 고용부가 제시한 포인트는 크게 7가지, △경영방침 및 안전보건 목표 설정 △유해‧위험요인 점검‧개선 절차 마련 및 이행상황 점검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 및 업무수행 여건 보장 △적정 예산편성 및 집행‧관리체계 마련 △현장 노동자 의견 청취 및 개선방안 마련‧이행△협력업체(수급인) 선정기준 마련 및 확인‧점검 △안전보건교육 등입니다.

먼저 사업장의 경영방침 및 안전목표와 관련해서는 현대건설이 사업본부별로 별도로 수립해 운영하고 있으나 실행을 위한 구체적 추진전략과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 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구성원이 대표의 방침과 목표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전파하고, 성과 측정 등을 통한 이행상황 평가 계획을 만들라고 권고했습니다. 위험요인 점검·개선 절차와 관련해서도 매주 안전점검회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본부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본사가 현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또 500명 이상의 안전보건관리자가 있음에도 정규직 비율이 39%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안전보건 예산에 대해서는 관련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이 안전보건관리자의 급여여서 협력업체 지원이나 안전교육 관련 예산 집행을 늘리라고 했습니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는 현재 이달 말 배포를 목표로 기업들이 중대재해법 대비를 위해 해야할 안전 지침, 즉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지난 3월 태영건설부터 시작해 계속되고 있는 안전보건감독 사례에 이미 반영돼있다는 게 고용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은 물론이고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정안마저 매우 모호해 현실적으로 법을 준수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여전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나친 기우라며 중대재해법 취지를 잘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중대재해법이 규정하고 있는 처벌 수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의무규정을 들여다보면 과도하지 않습니다. 현재 사업장에 정해놓은 안전 관련 방침과 절차가 실제 얼마나 작동되도록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안전과 관련 경영진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입법이 이뤄졌던 배경입니다. 현재 사고율로 보면 내년 1월 이후 법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많아야 연간 150~160개 사업장이 될텐데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입니다. 5~49인 사업장은 3년간 시행이 유예됩니다. 2019년 기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총 671곳, 이 중 539곳(80.3%)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습니다. 노동계에서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고가 많은 만큼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중대재해법을 일괄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