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서대문, 강북삼성병원역입니다.”

오는 11월부터 역삼역, 을지로4가역에도 지하철 역명에 기업이나 대학이름이 부역명으로 따라붙는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5년 만에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을 다시 추진하면서다. 지난해 1조1000억원 넘게 손실을 본 서울교통공사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며 내놓은 자구책의 일환이다.

지하철역 이름 '쩐의 전쟁'…역삼역 별칭 최소 2억원대
서울교통공사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대한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을 재개한다고 2일 발표했다. 역명병기는 지하철 역명 옆이나 아래 부(副)역명을 더해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6~2017년 이 같은 사업을 벌이다 이듬해 합병 후 중단했다. 서울 지하철역에 신규 부역명이 붙는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에 나온 판매 대상은 △역삼(2호선) △을지로4가(2·5호선) △노원(4·7호선) △뚝섬(2호선) △발산(5호선) △내방(7호선) 등 8개 역이다. 입찰 기초가격은 직장인이 몰리는 역삼역이 2억3000만원으로 가장 비싸고, 환승 인구가 많은 을지로4가역이 2억2000만원으로 그 다음이다. 발산역(8000만원), 내방역(6000만원)처럼 1억원이 넘지 않는 곳도 있다.

역명병기 입찰에 참여하려면 희망 기업 및 대학, 기관이 대상 역에서 500m 이내에 있어야 한다. 500m 내 적절한 곳이 없으면 1㎞ 이내까지 허용된다. 낙찰자는 3년 동안 원하는 기관명을 대상 역에 부역명으로 표시할 수 있다. 부역명은 역사 외부 안내판부터 승강장 역명판, 전동차 안내방송 등 총 10곳에 표기·표출된다.

과거 역명병기 권한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했다. 기업은행은 2016년 3억8000만원을 주고 ‘을지로입구역(IBK기업은행)’이란 이름을 따냈다. 2019년엔 3년간 역명병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SC제일은행도 2017년부터 써온 ‘종각역(SC제일은행)’이란 역명병기 기간을 2023년 7월까지로 늘렸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에 회사 이름을 붙이는 게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종각역 역명병기를 시작하고 2년6개월간 브랜드 인지도가 3%포인트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같은 부대사업 외에도 인력 감축, 예산 긴축운영 등의 자구책을 추진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이후 이동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손실 예상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