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세계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가계의 자금 여력이 커진 데다 대출 금리까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다.

세계 집값 30년 만에 최대폭 상승…OECD 40개국 중 37곳 올랐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주택 가격 상승률은 9.4%로 최근 30년 새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OECD 주요 40개국 중 세 나라만 올해 1분기 집값이 떨어졌다. 2000년 데이터 분석을 시작한 뒤 가장 적은 수다. 각국 주택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은 곳은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뿐이다.

역사적인 저금리가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저축이 증가한 데다 재택근무로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수요가 늘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올해 가계 예금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목재 철강 등 원자재값 고공행진도 집값을 끌어올렸다. 데니즈 이간 국제통화기금(IMF) 거시금융 부국장은 “대부분 지역에서 1년간 강력한 집값 상승을 경험했다”고 했다.

이런 추세는 2분기에도 이어졌다. 미국의 올해 4월 기준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14.6% 뛰었다.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도 2분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FT는 전했다.

집값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애덤 슬래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연구원은 “선진국 부동산 가치는 장기 추세보다 10% 정도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제 혜택, 세계적 운송대란 등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2006~2007년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재정 상황이 양호한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데다 선진국의 가계대출 비중도 금융위기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들은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른 점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