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부동산 허위매물’ 검증 대책을 두고 공인중개사업계와 빚던 갈등에서 한발 물러섰다. 개정 법령에 따라 오는 10월 도입하기로 한 ‘집주인 정보 등록 강화 정책’을 무기한 연기했다. 네이버 외에도 직방, 로톡, 닥터나우 등 정보기술(IT) 플랫폼이 기존 산업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 공인중개사協에 백기투항

2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10월 시행 예정이던 부동산 매물 관리 약관 변경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합의했다.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등록 시 집주인의 전화번호와 네이버 아이디를 기재해 네이버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계도기간을 거쳐 10월에 실행하려고 했지만 반발이 거세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변경하려던 부동산 매물 관리 약관은 집주인 연락처를 확보해 공인중개사가 네이버에 매물을 올릴 때 이를 집주인에게 알리는 내용이다. 지난해 8월 ‘플랫폼 사업자도 허위매물 근절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측은 “네이버가 직접 중개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집주인 연락처를 확보한 네이버가 직거래 플랫폼을 출시해 공인중개사들을 ‘패싱’하려 한다는 논리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거대 포털 사이트 횡포에 영세한 개업공인중개사는 다 쓰러집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고, 2일 기준 3만여 명이 참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변경돼도 연락처를 받고 집주인에게 알람을 하는 주체는 네이버가 아니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라며 “네이버가 직접 중개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왜곡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IT 플랫폼 곳곳서 수난

공인중개사협회의 반발에 직면한 곳은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지난달 비대면 부동산 정보 플랫폼 ‘온택트파트너스’를 출시했다. 매물 확인이 어려운 부동산 매매의 단점을 가상현실(VR) 등 IT로 극복하고 직방이 매매를 직접 관리해 허위매물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매물 중개수수료의 절반을 직방이 가져가는 것을 지적한 뒤 “거대 플랫폼 업체가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변호사 소개 플랫폼 로톡도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이 ‘비변호사’ 자격으로 변호사를 소개하고 알선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변협이 같은 내용으로 로톡을 고발했을 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변협은 재차 로톡에 광고한 변호사들을 징계할 것을 예고했다.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겨냥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광고 심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며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 사전 심의 대상 기준은 하루 이용자 수(DAU)가 10만 명 이상인데 강남언니는 이에 못 미친다. 의협은 기준을 3만~4만 명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느끼는 IT 플랫폼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점유율 경쟁에 몰두하다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플랫폼 혁신은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