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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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예고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변동금리보다 연 금리가 많게는 1%포인트 가까이 높아 당장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월(85.5%) 이후 7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전체 잔액 기준으로도 6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2.7%에 달했다. 역시 2014년 9월(72.8%)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지만 오히려 변동금리 대출은 늘어난 게 포인트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70%대에서 올해 4월 73%, 5월 78%로 비중이 확대돼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8월 금통위 회의 때부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보다 이자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연 0.4~0.8%포인트 더 높다. 지난달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49∼4.03%였다. 반면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고정금리)은 현재 2.89~4.48%다.

KB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5억원(30년 만기)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이달 최저 고정금리는 연 2.97%다.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매월 약 210만원을 갚아야 한다. 반면 변동금리는 최저 연 2.56%로 매월 199만원을 상환하면 된다. 매월 이자 부담이 11만원가량 차이 난다. 연간으로 따지면 변동금리를 선택할 경우 132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크게는 1%포인트 가까이 나는 경우도 있다"며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당장 이자가 더 늘어나는 만큼, 이자 부담을 추가로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 창구 문의도 없어"…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속'

지난달 출시된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금리 상승이 제한되는 만큼 기존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 관리 비용과 업무 원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서도 해당 상품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추후 금리인상이 확정되면 갈아타기를 하려고 대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로 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6일 신규 확진자는 1212명을 찍은 뒤 28일째 1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좀 더 지켜보자는 차원에서 금리를 동결했었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늘고 있는 만큼, 한은이 8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는 게 문제다. 한은은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72.2%일 때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이자는 11조8000억원이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과 비교해 6조200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3조8237억원 늘어난 489조5837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