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대부중 정문 앞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반대하는 조화들이 줄지어 서있다.  허문찬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대부중 정문 앞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반대하는 조화들이 줄지어 서있다. 허문찬 기자.
교육부의 노후 건물 리모델링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시내 유명 학교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육당국에 극렬한 반대 의사를 전달해 해당 학교가 사업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 정문에 조화(弔花)를 세우고, 학교와 교육당국에 ‘민원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업대상이 된 학교가 추후 토론 중심의 혁신학교와 유사하게 운영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혁신학교와는 무관한 교육환경 개선사업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근조 화환 늘어서는 학교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중대부중(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사범대학부속중학교) 학부모들은 이 학교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선정된 것에 대해 서울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학교 앞에 조화를 세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반대 서명도 받고 있다. 반대가 거세지자 이 학교는 지난 2일 학교장 명의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혁신학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교육부 대답을 들었다. 보다 나은 교육환경과 시설개선을 위해 미래학교 지정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선정된 학교 학부모들이 이런 식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중대부중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울 대치동 대곡초, 목동 계남초, 잠원동 경원중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학부모 움직임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서울교육청은 “사업이 중단된 학교 대신에 공모를 통해 다른 학교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학교 아니냐’는 의심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사업의 하나다. 지은지 40년 이상 된 노후학교를 개축이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일견 문제될 게 없어 보이는 이 사업에 학부모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들이 추후 혁신학교처럼 운영될 것으로 의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돼 일부 시설을 지역과 공유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힌 게 혁신학교의 운영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등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을 한다”는 취지의 혁신학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진보교육감들의 대표적 교육정책이다. ‘이상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혁신학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환경개선 사업일 뿐인데 학부모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 불신이 낳은 결과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학부모들은 반대 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우선 ‘교육청을 믿지 못 하겠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로 사업이 중단된 학교 중 대치동 대곡초와 잠원동 경원중은 각각 2019년과 2020년 혁신학교 전환을 시도하다가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곳들이다.

당시 학교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뒤늦게 혁신학교 전환 소식을 접했던 학부모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재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 기간 중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학생들은 공사 기간 중 모듈러 교사(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교육당국은 앞으로 의견 수렴 등 소통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학생들을 교육하자는 취지”라며 “서울교육청에서 학교의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생긴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시범사업 성격이라 소통이 덜 된 부분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