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 경제 회복의 ‘약한 고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등이 글로벌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델타 변이로 인한 감염 확산과 낮은 백신 접종률로 아시아 경제가 마비되기 시작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시아에서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각국 정부는 새로운 봉쇄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WSJ는 “아시아가 글로벌 경제 성장 회복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각국은 제조업 중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 이점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타격을 받고 있다. 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대의 공장 생산은 크게 위축됐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초 비필수 업종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인도네시아 의류 공장은 베트남 등 주변 국가의 봉쇄 조치 탓에 원재료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 수요의 반등으로 깜짝 특수를 누렸던 한국, 중국 등도 수출 엔진이 느려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50을 밑돌면 주문이 감소했다고 보고한 수출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중국에서는 현재까지 26개 지방도시에서 델타 변이 확진 사례가 보고돼 당국이 대규모 봉쇄 조치를 내렸다.

한국도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6월과 7월 수출량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각각 39.8%, 29.6%를 기록했던 한국에서도 몇 달간 공급망 불확실성을 포함해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각국의 봉쇄 조치가 이미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물가상승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판징이 IHS마킷 경제부소장은 “아시아발 공급 문제 악화는 세계 인플레이션에 나쁜 징조”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여러 달 사이에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고려할 때 아시아 각국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