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로펌 대표변호사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에 대한 공소권이 없다는 게 이유다. 피해자 측은 성범죄 가해자가 사망해도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고 피해자에게 결과를 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피해자를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서울 서초경찰서의 불송치 결정문을 공개했다. 경찰은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대표변호사 이모씨를 지난달 19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이씨는 지난 5월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3월부터 2개월간 총 10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추행, 간음한 혐의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피해자는 이씨가 수습 변호사를 평가하고 정식 고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어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저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지난해 4~5월에 걸쳐 자신의 동료 변호사와 남자친구 등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호소한 내용도 확인됐다.

경찰은 결정문에 피해 사실을 적시하면서도 이씨에 대한 기소 의견은 언급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며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가 사망했을 때 수사기관이 피해 사실을 확인해주는 일은 2차 피해를 막을 마지막 방패”라고 밝혔다.

또 서초경찰서가 수사 결과를 자세히 기재한 것에 감사를 나타내면서도, 피의자의 기소 여부 의견이 없는 점에 대해선 이의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이 종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장애인 성폭행 의혹을 받던 울산의 한 진보 교육 인사가 경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