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역대급 실적 뒤엔…'충당금 착시효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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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실적 뜯어보니…
'빅5' 상반기 순이익 9.3조
작년보다 2.9조 급증했지만
'덜 쌓은' 충당금 1.1조 달해
순이익 증가분의 40% 차지
만기 연장된 '코로나 대출'도
정상 채권으로 분류한 영향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 필요"
'빅5' 상반기 순이익 9.3조
작년보다 2.9조 급증했지만
'덜 쌓은' 충당금 1.1조 달해
순이익 증가분의 40% 차지
만기 연장된 '코로나 대출'도
정상 채권으로 분류한 영향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 필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일제히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해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덜 쌓은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해만 해도 금융당국은 경기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각 은행이 실제 부실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도록 유도했다. 그러다 올 들어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면서 충당금 전입액(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해 순이익 증가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엔 코로나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데다 실물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금융지주사들이 스스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기본적으로 정상 채권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업감독규정에서 각 은행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마련하고 대출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 뒤 유형별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고, ‘회수의문’은 50% 이상, ‘고정’은 2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KB금융의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은 지난 6월 현재 1.00%로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신한금융의 총여신도 전년 동기(329조2430억원)보다 8.6% 증가한 357조6340억원으로 불었지만 ‘고정’ 이하 여신비율은 0.52%로 전년 동기(0.56%)보다 오히려 0.04%포인트 줄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아뒀던 게 올해 여유분으로 작용했다.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르면 은행들이 충당금을 적립할 때 현재 나타난 부실 이외에도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선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은행들에 대해 예상손실을 보수적으로 추정해 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지도했다”면서 “그런데 올 들어 실제 뚜껑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경기가 급반등한데다 주요 수출기업 실적이 오히려 더 좋아지면서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유인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수출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에 기대 하루하루 연명하는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면서 “이들에 대한 대출금이 은행 장부상으로는 정상 채권으로 분류돼 있어 9월 종료 땐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하반기 들어 코로나 델타 변이가 다시 창궐하는 등 실물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 도취되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좀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hglee@hankyung.com
충당금 덜 쌓은 덕에 낸 역대급 실적
한국경제신문이 3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지주사의 순이익 합계는 9조37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6%(2조9393억원) 급증했다. 반면 이들 지주사의 대손충당금 전입액 합계는 1조350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304억원)보다 46.6% 줄었다. 5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분(1조1565억원)이 순이익 증가분(2조9393억원)의 39.3%에 달한 것으로 집계돼 작년보다 충당금 적립을 줄인 게 이번 역대급 실적의 일등공신이 됐다는 평가다.이는 기본적으로 정상 채권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업감독규정에서 각 은행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마련하고 대출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 뒤 유형별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고, ‘회수의문’은 50% 이상, ‘고정’은 2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KB금융의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은 지난 6월 현재 1.00%로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신한금융의 총여신도 전년 동기(329조2430억원)보다 8.6% 증가한 357조6340억원으로 불었지만 ‘고정’ 이하 여신비율은 0.52%로 전년 동기(0.56%)보다 오히려 0.04%포인트 줄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아뒀던 게 올해 여유분으로 작용했다.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르면 은행들이 충당금을 적립할 때 현재 나타난 부실 이외에도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선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은행들에 대해 예상손실을 보수적으로 추정해 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지도했다”면서 “그런데 올 들어 실제 뚜껑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경기가 급반등한데다 주요 수출기업 실적이 오히려 더 좋아지면서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유인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감안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정부가 지난해부터 1년반 동안 시행 중인 ‘코로나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도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말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직·간접적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서 과거 원리금 연체, 자본잠식, 폐업 등 부실이 없는 경우 모든 금융권 대출에 대해 원금 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 납입 등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됐지만 두 차례나 연장돼 오는 9월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6월 말 현재 금융권이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상환을 유예해준 대출 금액만 총 213조원에 달한다.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수출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에 기대 하루하루 연명하는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면서 “이들에 대한 대출금이 은행 장부상으로는 정상 채권으로 분류돼 있어 9월 종료 땐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하반기 들어 코로나 델타 변이가 다시 창궐하는 등 실물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 도취되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좀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