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출시되는 신제품에 첫 탑재
가성비에 집중하다 점유율 뺏겨
애플·삼성 '고가폰 시장'에 도전
구글 하드웨어 중 최고의 혁신
픽셀6 시리즈에 올라가는 AP는 ‘구글 텐서’로 불린다. 인공지능(AI)의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에 쓰이는 구글의 차세대 반도체 칩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에서 이름을 따왔다.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영국 ARM의 설계를 토대로 구글이 개발했다.구글 텐서는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집약한 시스템온칩(SoC)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등장한 기술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어 속도가 빠르다.
구글 텐서는 사진 및 비디오 작업부터 음성 인식, 번역 기능을 처리한다. AI 앱을 실행하는 프로세서를 비롯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도 포함돼 있다. 또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기 때문에 기존 AP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릭 오스터로 구글 하드웨어 제품 총괄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텐서 덕분에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며 “다른 스마트폰 AP에서는 볼 수 없는 성능”이라고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텐서 칩은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하드웨어 제품 중 가장 뛰어난 혁신”이라고 했다.
AP 독립은 승부수
구글이 스마트폰 AP 독립에 나선 것은 스마트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구글은 지난 수년간 고급형 스마트폰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픽셀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 원플러스는 판매량이 400% 증가했다.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전자 애플 등도 모두 판매가 늘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성능을 적극적으로 업그레이드한 반면 구글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게 결정적인 패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를 극복하려면 AP 자체 개발이 필수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고급형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 1, 2위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그랬다. 애플은 2010년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을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인텔 칩 대신 자체 제작한 ‘M1’ 칩을 장착한 노트북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소형 데스크톱 맥미니 등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는 인텔과 세계 1위를 다투는 반도체 제조기업”이라며 “스마트폰 판매량은 애플보다 많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구글이 ‘구글 텐서’를 개발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구글은 애플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해 개발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퀄컴은 “구글과 계속해서 밀접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현재 및 미래 일부 제품에는 우리의 AP 스냅드래곤이 탑재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