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선정 절차 연기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 일정을 연기했다. IPO를 맡겠다고 나서는 증권사가 기대보다 적었던 탓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 상장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지만 이들 중 한 곳만 제안서를 제출했다. 컬리 관계자는 “쓱닷컴과의 주관사 중복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우리가 먼저 나서 주관사 선정 일정을 연기했다”며 “지정감사인부터 선정한 뒤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컬리가 그동안 받은 관심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컬리는 2014년 설립 후 ‘새벽배송’을 하는 신선식품 플랫폼을 앞세워 매출 1조원(지난해 953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달에 성공한 투자 유치(2250억원) 과정에선 기업 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대거 상장 주관사 선정에 불참한 건 쓱닷컴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쓱닷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상장 주관을 맡게 되면 쓱닷컴의 IPO엔 참여하지 못한다”며 “기업들은 영업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경쟁사의 중요 딜을 맡았던 증권사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주판’을 튕길 수밖에 없다.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사는 등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서고 있는 신세계그룹 쪽에 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유동화와 채권 발행, 인수금융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에서 일감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컬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컬리는 2018년 한국 상장을 준비하다 쿠팡의 미국 증시 입성을 보고, 미국 상장을 준비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섰다. 이 사이 쓱닷컴이 등장했고, 최근엔 다른 경쟁사인 오아시스마켓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