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세우고도 2위 벤저민 "마음 아파…그의 경쟁자라는 게 가슴 아픈 일"
[올림픽] 남자 400m 허들 세계신 바르홀름 "내 인생 최고의 순간"
특별취재단 = '세기의 대결'에도 승자와 패자는 나뉜다.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친 카르스텐 바르홀름(25·노르웨이)과 라이 벤저민(24·미국)은 경기 뒤 다른 성격의 격한 감정에 휩싸였다.

바르홀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고, 벤저민은 "솔직히 마음 아프다"라고 털어놨다.

바르홀름은 3일 낮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400m 허들 결선에서 45초94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자신이 한 달 전인 7월 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작성한 46초70을 무려 0.76초 앞당겼다.

벤저민도 엄청난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까지도 승부를 알 수 없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바르홀름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벤저민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벤저민도 46초17의 세계기록을 세웠지만, 함께 출발한 벤저민이 먼저 레이스를 끝내 '벤저민의 세계 기록'은 탄생하자마자 2위 기록이 됐다.

경기 뒤 바르홀름은 올림픽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며 "(10개의 허들을 넘는 동안) 단 한 번도 허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육상 10종경기 선수였던 바르홀름은 "400m 허들로 전향하면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커진다"는 조언에 2015년부터 400m 허들에 전념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준결선에서 4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017년부터 바르홀름의 기록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2017년 런던·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다.

남자 400m허들 최강자로 성장한 바르홈름에게도 올림픽 결선은 설레고, 겁나는 무대였다.

바르홀름은 "마치 6살짜리 어린 아이처럼 떨려서 어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내 인생 마지막 허들'이라고 표현했던 올림픽 결선을 '세계 신기록'으로 넘어섰다.
[올림픽] 남자 400m 허들 세계신 바르홀름 "내 인생 최고의 순간"
바르홀름의 라이벌 벤저민은 명승부의 희생양이 됐다.

벤저민은 "육상 역사의 일부가 돼 기쁘다.

400m허들이 얼마나 멋진 종목인지 보여준 경기였다"고 뿌듯해하면서도 "나는 46초17로 뛰고도 우승하지 못했다"고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드러냈다.

벤저민은 "어제 누군가 내게 '46초1대로 뛰어도 우승하지 못해'라고 말했다면, 내게 한 대 맞고 쫓겨났을 것이다.

그만큼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전광판에서 (바르홀름의 기록) 45초94를 보자마자 '이건 뭐야'라고 생각했다.

내 기록인 46초17을 본 뒤에는 '이렇게 좋은 기록을 내고도 지다니'라는 허탈함을 느꼈다"고 했다.

벤저민은 바르홀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대에 같은 종목에서 뛰는 건, '아픈 일'이다.

벤저민은 "바르홀름은 정말 놀라운 선수다.

그의 경쟁자라는 게, 내게는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고 털어놨다.

바르홀름을 넘어서지 못하면, 벤저민은 이인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벤저민은 "이게 바로 스포츠다.

나는 '나보다 강한 상대'를 넘고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