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 결정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 결정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장에서도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금통위 의사록에서 고승범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7월 금통위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했었다.

고 위원은 가계부채 확대 같은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조정될 경우 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최근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집값·주식시장 상승세 과도…통화정책 완화기조 조정해야"

다른 금통위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A 위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맞춰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했던 금융여건이 이제는 금융불균형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적절히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국내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금융안정 측면 리스크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가까운 시일 내에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B 위원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금과 같은 예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수개월 내 완화 정도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C 위원 역시 "민간 부문 레버리지 확대와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현상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해 변화된 금융경제 상황에 맞게 정책 기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집값 급등 같은 부동산 상황 개선을 위해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D 위원은 "금융 부문에서는 유례없는 레버리지와 위험선호 성향이 심화되면서 리스크가 축적되고 있다. 지난해 초 이후 주요 도시 주택 실거래가격과 주요국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실물경제 성장률과 실질금리 수준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상승세라고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의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조정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금통위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확산세가 커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대표적 비둘기파인 주상영 금통위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금통위원은 "팬데믹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수출 주도 경기 회복이 가계소득, 임금, 고용, 소비의 안정적 확장세로 이어지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위기 극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보조를 맞추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취약업종, 취약계층, 취약차주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소득의 회복 흐름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면서 "기준금리 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가격 안정 등 정책 공조도 고려해야…확산세 잦아들수도"

지난달 금통위가 매파(통화긴축 신호)적이었던 만큼, 시장은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과도한 부채와 차입투자 부작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빠른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며 "기존 10월 인상 전망을 8월로 수정한다"고 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후 일일 확진자 증가세가 급격히 오르지는 않고 있단 점도 8월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요인.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소비 회복세가 다시 커질 여지도 있는 만큼, 기조적 소비 사이클 반등세는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까지 고려하면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변수가 될 전망이지만, 이달 26일 금통위 직전에는 확진자 수가 현재 추세보단 다소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6일 1212명을 찍은 뒤 29일째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8월 확진자 수가 2000명대를 상회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3차 대유행과 유사하게 진행된다면 8월 금통위 이전에는 확진자 수가 현재보다는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규 확진자가 1000명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8월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이번달 26일, 10월12일, 11월25일로 올해 3차례 남아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