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해역에서 잇단 유조선 피습 발생…유가 향방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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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국적의 유조선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오만 해역에서 이란군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에게 나포되면서 이 지역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UAE 후자이라항에서 동쪽으로 약 6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파나마 깃발을 단 아스팔트 탱커 아스팔트 프린세스호가 8~9명의 무장 세력에게 나포됐다. 이 유조선은 나포 당시 호르무즈 해협 진입로를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석유 운송로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건의 배후로 이란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 출신의 헬리마 크로프트 RBC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사건이 심상치 않다"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UAE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사건을 긴급하게 조사 중"이라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UAE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사건을 긴급하게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이란군과 중동의 이슬람 저항운동 모든 세력은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적대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닷새 전에도 유조선 피습 사건이 발생한 탓에 이 지역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이스라엘 해운사가 운용하는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영국인 선장 1명과 루마니아 보안요원 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은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시장의 이목은 유가의 향방에 쏠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이란 제재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 합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5일에는 강경파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제13대 이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다.
다만 아직은 이 사건이 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3시20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31% 내린 배럴 당 70.36달러에 거래됐다. 크로프트 책임자는 "현재 원유 시장은 경기 둔화 가능성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