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 2분기 가계부채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는 미국인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총부채 규모는 1경7000조원을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연방준비은행은 2분기 말 기준 미국 가계부채가 14조9600억달러(약 1경7182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만 3130억달러 증가했다. 2007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가계부채의 약 70%는 주택담보대출에서 나왔다. 2분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조4000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2.8%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서는 6.7% 늘었다. 코로나19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올 2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7%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수개월 안에 종료되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엘 스컬리 뉴욕연방은행 미시경제데이터센터 담당자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금융 지원이 끝나면 대출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외에도 가파르게 빚이 증가했다. 신용카드 대금은 170억달러 증가한 7870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대출금은 330억달러 늘어난 1조4200달러로 집계됐다. 학자금은 140억달러 줄어든 1조5700억달러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날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5분위)가 초과 유동성 예금 2조6000억달러 가운데 8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의 42%는 상위 1%가 소유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하는 가구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적게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호황, 소비 감소 등에 따라 미국인의 총저축액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대부분은 소득 상위층의 지갑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번 연구를 맡은 경제학자 낸시 밴든 호텐과 그레고리 다코는 “미국의 저축이 상위층에 집중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저축 불평등의 차이가 예상치 못한 수준”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소비 활동도 소득 상위층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1년6개월간 약 3600억달러의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2500억달러를 소득 상위 20%가 쓸 것으로 전망됐다. 고급 식당, 패션 등 고소득층이 즐겨 소비하는 부문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