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라면 대개 사막이나 석유, 테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중동의 고대도시와 아랍 세계를 다룬 책들이 최근 잇달아 나왔다.
고대근동 역사 전문가인 카렌 라드너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가 쓴 '바빌론의 역사'(더숲)는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 바빌론 도시문명 역사서다.
함무라비 법전이나 바벨탑, 공중정원 등은 유명하지만, 홀연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바빌론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짚어내기는 힘들다.
저자는 바빌론이란 도시에 집중해 그 지역과 세계사에서 바빌론이 차지한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다수의 발굴·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답게 기원전의 바빌론과 2천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바빌론의 생생한 발굴 현장으로 안내한다.
책은 먼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바빌론이 차지하는 시대와 공간을 다룬다.
바빌론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지역으로 역사적으로 수많은 제국의 수도였다가 쇠락했다.
이어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가 왕이 되면서 바빌론이 새로운 정치적 패권국의 수도로 떠오른 사실과 기원전 12∼기원전 7세기 사이에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이 정치적으로 분열하면서 바빌론이 겪은 정치적 부침, 기원전 6세기 네부카드네자르 2세(구약성경의 느부갓네살왕) 치세로 새롭게 단장한 제국의 수도로서의 면모 등을 두루 살핀다.
저자는 2천 년 동안 학문과 시, 예술의 중심지로 지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지녔던 바빌론의 유산으로 60진법 체계, 쐐기문자, 황도십이궁 등을 소개한다.
이집트 정부 초청 연수를 시작으로 18년을 중동에서 지낸 손원호 씨가 쓴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부키)는 저자가 만난 아랍인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아랍인을 만들어낸 역사, 문화, 사회에 관한 견문록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아랍에 대한 오해와 현대의 비극을 걷어내면 아랍 세계는 '신묘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책은 저자가 2003년 교환학생으로 갔던 이집트부터 안내한다.
피라미드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보며 찬란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을, 물담배와 이집트 맥주 '사카라'를 통해 현지인들의 삶을 소개한다.
예멘에서는 사비 여왕이 호령했던 예멘 땅이 보수적으로 된 이유,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온 까닭을 살피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 공휴일을 통해 무함마드의 생애를,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야기를 통해 사우디 건국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이라크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자 아라비안나이트의 땅이었음을 알아보고 UAE에서는 커피와 진주를 통해 에미리트의 역사를 설명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