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회사 아이진은 최근 국가정보원에 ‘SOS’를 요청했다. mRNA 백신 개발 담당자들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서버에 담긴 회사 기밀이 유출됐다는 의심이 들어서다. 국정원은 지난 3일 회사를 찾아 국가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컨설팅’을 했다. 아이진 관계자는 “연구 인력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데다 mRNA 백신 핵심정보 유출 시도가 끊이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바이오업계의 mRNA 기술 확보 전쟁의 여파로 ‘인력 쟁탈전’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연구자와 제조, 사업개발 등 mRNA 관련 업무 경험자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기밀 유출과 특허 분쟁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 mRNA 연구 회사 10여 개에 불과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mRNA 연구 경험과 전문 인력이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은 아이진과 에스티팜, 큐라티스, 진원생명과학 등 10여 개에 불과하다. 큐라티스는 mRNA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아이진은 이달 임상 허가를 받아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mRNA 연구 경험이 있는 국내 석·박사급 인력은 100명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말 화이자 모더나 등이 mRNA 백신을 내놓은 뒤 국내에서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탓이다. mRNA 치료제 개발도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바이오 전문 헤드헌터 관계자는 “mRNA 관련 연구자는 대부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것”이라며 “바이오 벤처의 석사 출신 3년차 연구원이 최근 50% 높은 연봉을 받고 대형 제약·바이오 회사로 옮겼을 만큼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란 DNA의 유전정보를 핵 안에 담아서 다른 세포로 전달하는 운반체다. mRNA 백신은 항원(코로나19 바이러스) 정보를 가진 mRNA를 몸안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mRNA 바이러스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항체(항원에 면역성을 지니는 물질)를 미리 만들어두고 실제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이 항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한다.

mRNA는 간질환 치료제나 희귀 질환 치료제 등으로 주로 개발돼왔다. 하지만 우리 몸속 효소들이 mRNA를 쉽게 분해해버리기 때문에 질환 부위까지 mRNA를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mRNA 전달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면서 화이자, 모더나는 효능이 뛰어난 mRNA 백신을 개발했다. 바이오의약품처럼 세포를 배양할 필요가 없어 개발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mRNA는 백신은 물론 암 등의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주류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 M&A 활발

기술 확보전도 치열하다. 전통의 백신 명가(名家)였지만 이번 팬데믹 상황에선 모더나와 화이자에 완패한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는 mRNA 개발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이 회사는 3일(현지시간) 32억달러(약 3조6742억원)에 mRNA 신약 개발회사 트랜스레이트바이오를 인수했다. 지난 4월 mRNA 전문 회사인 타이달테라퓨틱스 인수에 이어 두 번째다. 셀트리온은 미국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백신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녹십자, 씨젠은 인력 채용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채용 규모를 따로 정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연구원을 뽑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mRNA 백신을 위탁생산(CMO)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씨젠은 고액의 연봉을 무기로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녹십자 목암생명과학연구소도 인력 50% 정도를 mRNA 신약 개발에 투입하기로 하고 인력 채용에 나섰다.

인력 품귀 현상이 벌어지다보니 국내외에서 석·박사 졸업 예정자까지 높은 연봉을 약속하고 ‘입도선매’하기도 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