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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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1위 기업인 TSMC가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위한 장비 설치에 들어갔다. 목표는 내년 양산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2년 3㎚급 1세대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밝혔다. 인텔까지 초미세 공정 반도체 양산에 뛰어들면서 세계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불 붙고 있다. 누가 먼저 가격 경쟁력과 균질한 성능을 갖춘 3㎚ 반도체를 대량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세계 파운드리 패권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 선두 달리는 TSMC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4일 “TSMC가 대만 타이난에 있는 ‘팹18’ 공장에 3㎚ 공정 장비 설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 공정 생산량은 3000~5000웨이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는 반도체 회로 선폭의 단위다. 선폭이 작을수록 반도체 성능은 올라가고 전력 효율도 좋아진다. 현재 양산되는 반도체 가운데 5㎚급이 가장 미세한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만이 5㎚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TSMC가 3㎚급 반도체 장비 설치에 본격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반보 앞서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2년에 3㎚ 1세대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라며 “2023년에는 3㎚ 2세대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1세대와 2세대는 성능과 소비전력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인텔도 3㎚ 반도체 양산에 가세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온라인 기술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내년 7㎚, 2023년 3㎚, 2025년 2㎚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밝혔다.

진짜 승부는 ‘수율’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세계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3㎚ 반도체 양산에 뛰어들었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분석이 나온다. 3㎚ 반도체를 양산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안정적인 수율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미세공정에 들어갈수록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 선폭이 작아지는 만큼 작은 패턴 변화에도 반도체 수율이 큰 영향을 받는다. 수율이란 한 웨이퍼 안에서 결함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이다. 수율이 좋다는 건 그만큼 웨이퍼 한 장에서 균질하게 얻을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도 좋아진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기술적 한계에 근접하면서 수율 확보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양산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수율이 안정화되는 데까진 보통 3~4년 걸린다”며 “이 기간을 누가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따라 고객사의 행보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3㎚ 양산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2㎚ 반도체 경쟁도 초입에 들어갔다. 대만 정부는 지난달 대만 신주시 바오산 인근 TSMC의 2㎚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부지 규모는 20만2342㎡가량이다. 업계에서는 2024년부터는 2㎚ 반도체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고객사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또한 “2024년 2㎚, 2025년 1.8㎚ 반도체를 생산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늦기 전에 2㎚ 반도체 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미 TSMC와 인텔은 2㎚ 반도체 생산 계획과 함께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며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이 더 늦어지면 주요 고객사들을 뺏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