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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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농심 등 주요 라면업체가 일제히 라면값을 인상하면서 음식료주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 성장률이 정체돼 있는 만큼 가격 인상에 따른 수혜가 다른 산업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 소맥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인상된 판매 가격과 낮아진 원자재 가격 차이만큼 영업이익률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격 인상 성공한 농심·오뚜기

오뚜기·농심發 '도미노 가격 인상'…음식료株의 시간 온다
상반기에 라면업체 주가는 부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늘어난 실적을 뛰어넘지 못했다. 상반기 오뚜기와 삼양식품 주가는 각각 6%, 10% 하락했다. 농심은 5%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농심은 라면 전 제품 가격을 평균 6.8%, 오뚜기는 11.9% 인상하는 데 성공했다. 각각 4년8개월, 13년4개월 만이다. 라면은 ‘대표 서민 음식’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데다 자칫 혼자 가격을 올리면 시장 점유율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주저해왔다.

국내 주요 라면업체들이 수년 만에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소맥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올 들어 소맥 가격은 약 20%, 팜유 가격은 약 60% 상승했다. 가격 인상 소식에 라면주는 드디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오뚜기가 가격 인상 소식을 알린 지난달 중순 이후 농심 주가(2일 종가 기준)는 7.49% 상승했다.

○“농심 국내 영업이익 두 배 개선”

증권가에선 식음료업계의 가격 인상은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은 국내 시장의 성장률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다른 품목 대비 가격 인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하반기 곡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 기존에 판매 가격을 올렸던 기업 위주로 영업이익률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식음료업계의 ‘원가 상승→판매 단가 인상→장기 영업이익 상승’ 사이클은 과거 사례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다. 식음료업계에서 가장 큰 가격 인상이 있었던 해는 2011년이다. 다음해부터 곡물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다. 이후 2~3년간 주요 식음료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크게 올라갔다. CJ제일제당 가공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로 높아진 건 2014년부터다.

업계에선 이번 가격 인상 효과가 올 4분기나 내년 초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라면 가격 인상으로 농심의 연간 매출이 9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 또한 4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농심 별도법인 연간 영업이익이 300억~4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이 약 두 배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B금융투자도 농심의 내년, 2022년 추정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3%, 12% 상향 조정했다.

낙농진흥회가 다음달부터 원유(原乳) 가격을 L당 947원으로 21원 올리기로 하면서 제과·제빵업체에도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겼다. 업계에선 오리온 중국법인이 하반기 중 초코파이 등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심 오뚜기 등 경쟁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성공한 만큼 라면업계 3위인 삼양식품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식음료 가격 도미노 인상’이 시작된 만큼 증권업계는 높아진 원가 부담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 쉬운 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업체는 점유율 1위 품목이 많은 CJ제일제당이다. 조 연구원은 “농심과 오리온, 롯데칠성, 삼양식품도 이번 가격 인상 사이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체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