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올 초까지만 해도 조금은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어딜 가나 메타버스 이야기입니다. 지금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가장 핫 한 키워드가 메타버스예요. 메타버스 이름을 달고 나온 공모펀드가 6월에 두 개가 나왔는데 일반 공모펀드로는 이례적으로 두 개 합쳐서 600억원정도가 빠르게 모였거든요. 대체 메타버스가 뭐길래 투자자들이 이렇게 돈을 싸들고 몰려들고있는건지, 메타버스는 뭐고 어떤 기업이 해당되는건지, 투자할 수 있는 ETF는 뭐가 있는지까지 같이 살펴보시죠.

메타버스란?

메타버스가 뭔지 많은 분들이 이제는 알고계시겠지만, 그래도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한 마디로 가상세계인거죠. 그런데 가상세계, 온라인 속 공간은 예전부터 있었죠. 도토리로 아이템을 사는 싸이월드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컴퓨터 게임 모두 기존에 있었던 가상세계입니다.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관계맺고, 생활도 어느정도 하죠.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붙여서 새로운 가상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걸까요? 그건 메타버스가 기존의 가상세계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특징은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 물론 친한 친구와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메타버스는 그 이상입니다. 메타버스에서 구입한 아이템을 현실에서 착용하거나, 반대로 현실에 있는 물건과 똑같이 생긴 아이템을 메타버스에서 구매하기도 합니다. 제페토에서 구찌 가방사는데 사람들이 몰리고, 직장인들이 메타버스로 출근해서 업무보고 이렇게 가상현실과 현실이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죠.
메타버스 내에 자체적인 경제체제가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가 어떻게 보면 초기 수준의 경제체제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예를들어 대표적인 미국 메타버스 게임으로 꼽히는 로블록스는 이 안에서 로벅스라는 화폐로 거래합니다. 현금으로 돈주고 현질해서 로벅스를 살 수도 있고,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을 만들어서 내가 만든 게임을 다른 사람이 사가면 거기서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로벅스로 또 로블록스 내에서 아이템을 살 수도 있고요.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물리적 이질감이 적습니다. 가상세계인데도 마치 현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거죠.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최근들어서 주목받는것도 메타버스를 구현할만한 기술 개발이 최근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상으로도 훨씬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시각이나 촉각으로도 현실과 같은 감각을 전달 할 수 있게됐습니다. VR기기가 대표적입니다. 또 영화 속에서만 봤던, 가상세계에서 만지면 실제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슈트나 장갑도 아직 보급단계까지는 아니지만 개발은 이뤄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각 청각 촉각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겠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반도체의 처리 속도와 용량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그렇다보니 클라우드 기업, 반도체 기업 등도 메타버스 관련 기업으로 묶입니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

메타버스를 주목하는 투자자들은 메타버스가 '넥스트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공간이 없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죠. 오프라인으로 정보가 오가고 먼 거리에 있는 사람하고 이야기하려면 전화 아니면 방법이 없고 모든 경제 활동도 오프라인에서 주로 이뤄졌던 시절.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그 안에서 정보도 교류하고, 단지 소통하는 걸 넘어서 게임, 상거래, 학습 등등 굳이 나열하는 게 의미가 없을정도로 생활의 모든 측면에 인터넷이 스며들었잖아요.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라는겁니다. 이 안에 현실세계의 생활이 거의 그대로 이식될거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메타버스가 인터넷인것이고,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VR같은 하드웨어 기기가 컴퓨터, 스마트폰 처럼 자리잡는거죠. 그래서 메타버스 테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은 VR 기기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 이 페이스북이 넥스트 애플이 될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출시해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처럼 페이스북은 VR기기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할거라는 논리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미래의 모습이 될 순 있지만 지금 투자하는 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거죠. 실제 메타버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을 찾아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메타버스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유니티나 메타버스 게임 기업인 로블록스가 그나마 증시에 상장한 메타버스 관련기업으로 꼽히지만 둘 다 아직 적자인 상태거든요. 전기차가 미래차라는 건 20년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테슬라가 흑자로 전환하고 각국이 환경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일어난 것 처럼, 메타버스도 아직은 먼 이야기 아니냐는 게 신중론의 핵심 논리입니다. 결국 미래 테마를 미리 선점해서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주가 바닥은 놓치더라도 실적이 나올때까지 확인을 할 것이냐는 투자자의 선택이겠죠.

미국상장 메타버스 ETF, META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미국에서 먼저 발빠르게 메타버스 ETF가 나왔습니다. 지난 6월 30일에 상장한 티커명 META입니다. 이 ETF는 메타버스를 7가지 키워드로 해석합니다. 메타버스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컴퓨팅,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니 네트워킹, 메타버스를 창조하는 기업이 속하는 가상 플랫폼, 메타버스 내의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기업이 속하는 상호교환 기준, 메타버스 내에서 결제도 해야할테니 결제, 메타버스 내의 콘텐츠와 ID 보안을 제공하는 기업들, VR기기 처럼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이렇게 일곱가지에 속하는 기업이 메타버스 테마에 해당한다고 보는겁니다.
이런 기준으로 담은 종목들을 보면 가장 많이 담고있는 게 엔비디아로 8%입니다. 다음이 중국 게임기업인 텐센트를 4.9%, 마이크로소프트 4.7% 로블록스 4.4% 순입니다.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0.91% 담겨있습니다. 디즈니같은 콘텐츠 기업, 구성종목의 섹터를 보면 반도체 관련 기업에 30%가량, 소프트웨어 22% 가량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 좀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유독 국내에서 관심이 엄청 많아요. 지금 META의 순자산총액, 그러니까 주식으로 치면 시가총액이 3859만달러입니다. 한국돈으로 441억정도 되는거죠.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국내 투자자들이 META가 상장 한 뒤부터 지금까지 해외주식을 뭘 많이 샀나 보니까. 5/ META가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국내 투자자 순매수가 23위입니다. 상장 후 한달정도 동안 순매수 기준으로 2451만달러, 한국돈으로 280억원이 몰렸어요. 그러니까 분명히 미국 상장 ETF인데, 미국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산거죠. 전체가 441억원인데 그 중 280억원이니까 한 63%정도가 한국 투자자들이 몰려가서 산겁니다.
이렇게 국내에서 메타버스 투자 열기가 뜨겁다보니 최근에 만난 ETF 자산운용사분들은 모두 다음 출시 상품으로 메타버스 ETF를 점찍어놓고 있더라고요. 소형 ETF 운용사인 라운드힐 자산운용이 META를 내놓으면서 이미 지수를 개발해뒀기때문에 이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을 한국에서 내려고 물밑작업도 뜨겁다고 합니다. ETF 운용사들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아마 조만간 국내에서도 해외 메타버스 관련 기업이 담긴 ETF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