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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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하자 한은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달 26일 열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속전속결 인사를 진행하면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달 열리는 금통위에 고 후보자가 참석할지 여부도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 후보자는 장관급 인사인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임명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절차가 남은 만큼 고 후보자가 이달 금통위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한은도 부랴부랴 대응방안과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금통위 구성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달 26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고승범 후보자가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는 등 금통위원들의 '매파'(통화 긴축론자) 시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고승범 후보자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고 후보자 외에 4명의 금통위원들이 매파적 색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후보자가 돌아오는 금통위에 참석할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금통위와 통화정책도 변수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원의 공석과 통화정책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청와대 시각이 드러났다는 관측도 있다. 현직 금통위원을 관료로 발탁한 사례도 드물었다. 지난 2002년 12월 장승우 금통위원, 2003년 12월 28일에 김병일 금통위원을 모두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그 직후 현직 금통위원을 빼내오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청와대가 차기 금통위원 인선도 끝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승범 후보자는 한은 총재가 추천한 금통위원 인사다. 후임자도 한은 총재가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한은과 금융계 사람들은 "금통위원은 청와대가 사실상 찍어 내려보내는 자리"라고 입을 모은다. 후속 인사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전망은 한층 복잡해지면서 시장도 혼선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