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빈 넥스트온 대표가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지하에 있는 식물 농장에서 재배 중인 작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가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지하에 있는 식물 농장에서 재배 중인 작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5일 서울 서초동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폐쇄된 것처럼 보이는 역사 내 지하 통로 아래로 문을 열고 지하 2층까지 내려가자 보랏빛 조명을 받고 있는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3층에는 스마트팜기업 넥스트온의 사무실이 있다. 넥스트온이 이 역사에서 이용하는 농장 면적은 1600㎡에 이른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는 “방치됐던 지하상가 공간을 활용한 국내 최대 도심 실내 농장”이라며 “충북 옥천의 폐터널에 운영 중인 스마트팜까지 합하면 연간 1100t의 채소류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잎채소 성장 속도 6배 빨라

넥스트온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작물을 재배하는 국내 최대 인도어팜(실내 농장) 기업이다. 유럽형 쌈채소, 허브, 샐러드용 채소 등을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사용해 키우고 있다. 농장을 지하에 둔 것은 온도 관리에 들어가는 전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식물을 키우려면 온도와 습도 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규모가 커지면 전기 사용량이 많다”며 “이곳 농장은 연중 15~20도를 유지해 식물 재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하 공간이어서 온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 및 습도, 바람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넥스트온이 자체 개발한 LED 조명도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LED 원가가 일반 제품보다 낮아진 데다 조명에서 나오는 발열도 20~30도 이상 줄어 온도를 낮추는 데 들어가는 전력 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 LED는 식물 종류에 따라 광합성을 활발하게 일으키는 빛 파장만 골라 사용한다. LED 조명이 보랏빛을 띠는 이유다. 이런 조명을 받은 식물들은 노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일반 비닐하우스에서 120일 정도 걸리는 잎채소가 이곳에선 20일 만에 다 자란다”고 했다.

이렇게 키운 채소들은 무농약 무제초제 무중금속 등 품질을 인정받아 새벽 배송을 하는 e커머스업체와 샐러드 매장, 친환경 농산물 매장 등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겨울딸기의 연중 생산에도 성공했다. 저온성 작물인 딸기는 일반 농가에서 여름에 생산하기 어렵다. 넥스트온이 생산하는 겨울딸기는 일반 딸기보다 당도가 두 배 이상 높고, 생산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최대 75일 짧다.

“건강 기능성 작물도 재배할 것”

넥스트온은 지난해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 유니콘기업’에 선정됐다. 최 대표는 건강기능성 식품과 의약품 소재를 만들 수 있도록 식물 농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특정 기능성 작물을 재배해 식물 속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식품이나 화장품 원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연내 강원 태백의 폐광산에 세 번째 식물 농장도 세울 계획이다. 이곳에서 연간 최대 600t 규모의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서울반도체에서 LED사업부 사장까지 지낸 광반도체 전문가다. 포스코LED(현 글로우원) 대표를 거쳐 2017년 넥스트온을 창업했다. 그를 포함, 임직원 상당수가 LED 기술 전문가이기에 자연스레 LED 조명을 활용한 인도어팜 사업에 나설 수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남부터미널역 남은 공간에 레스토랑 카페 등을 들여와 복합 체험 공간으로 꾸미겠다”며 “회사에서 재배한 채소를 식당에서 바로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