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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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대형로펌 중 한 곳인 A로펌이 경쟁 관계인 B로펌 소속 인수합병(M&A) 전문 미국 변호사 C씨 영입에 나섰다가 실패한 게 로펌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직 조건으로 계약금 5억원, 연봉 10억원을 제시했지만 이 사실을 알아챈 B로펌에서 가로막았다. A로펌 관계자는 “경력 10년차에게 파격적 연봉을 제안했는데 B로펌에서 그 조건을 맞춰주겠다며 이직을 만류했다”며 “능력 있는 M&A 전문 변호사를 영입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설명했다.

요즘 대형로펌들은 M&A 전문 변호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국내외 기업들의 M&A 법률 자문 수요가 급증했는데 이를 담당할 변호사 수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M&A 전문 변호사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귀하신 몸’ M&A 전문 변호사

"연봉 10억"…M&A 전문 변호사 영입전쟁
5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태평양, 광장, 율촌, 화우 등 대형로펌들이 앞다퉈 M&A 전문 변호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얼어붙었던 M&A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데 따른 결과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M&A(본계약 체결, 경영권 거래 기준) 거래는 160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거래금액도 52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액(52조5709억원)을 뛰어넘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 M&A 담당 변호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에만 업무량이 20~30% 늘어난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들은 초기 기업가치 실사를 담당할 5~6년차 ‘실사반장’ 변호사와 M&A 실무를 총괄하는 10~15년차 변호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M&A를 총괄하는 양시경 파트너변호사는 “크고 작은 M&A 경험을 갖춘 주니어 변호사 중 최고 에이스를 실사반장으로 보낸다”며 “올해 M&A 자문 건수가 급증하면서 실사반장 역할을 할 변호사 충원 필요성이 있어 인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50여 명의 M&A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거래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요기요 매각 작업도 하고 있다.

연봉 10억원…“전직 대법관 수준”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도 M&A 전문 변호사 영입에 힘쓰고 있다. 김상곤 광장 대표변호사는 “올 들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M&A는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인바운드보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어로 회의한 뒤 영문 계약서 작성이 가능한 10~15년차 변호사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화우도 5~10명의 주니어 및 시니어 변호사 채용에 나섰다. 이명수 화우 경영 담당 변호사는 “경력이 풍부한 에이스급 M&A 전문 변호사 몸값(연봉)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 수준인 10억원 안팎까지 치솟았다”며 “실력 있는 변호사를 보유해야 M&A 법률 자문 수임은 물론 계약 성사 가능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로펌들까지 뛰어들어 이런 변호사를 적극 영입하는 것도 몸값 상승의 요인이다. 해외 로펌에 채용된 변호사는 국내 사무실 외에 홍콩, 싱가포르 지사에서도 근무한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해외 로펌은 국내 로펌보다 많은 보수를 받으면서 대규모 M&A를 경험할 수 있고, 해외 근무도 가능해 변호사들도 선호한다”며 “해외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뒤 몸값을 높여 국내 대형로펌으로 이직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안효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