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기주도형 인재 양성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육부 입장과 “2025년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교원단체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5일 고교학점제 관련 교원단체 협의체 첫 회의를 비대면으로 열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다양한 교육 과정을 선택해 배우는 제도다. 2018년부터 전국 700여 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연이어 나오자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협의체에는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6개 교원단체가 추천한 고교 교사 6명과 교육부 관계자가 참여했다.

교총은 최근 전국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응답자 중 72.3%가 고교학점제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에는 전교조가 일반계 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원 5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이 “고교학점제 도입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보수(교총)와 진보(전교조)를 막론하고 교사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교원단체들이 도입 시점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일선 학교 교육 환경과 여건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5%가 고교학점제 도입 반대 이유로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와 제반 여건 미흡’을 꼽았다. 국어·영어·수학 등 기존 교과 이외에 다양한 교과를 개설하는 고교학점제는 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교실도 더 확보해야 한다.

교육부는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내년에 마련하고 연차적으로 학교 공간 조성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교원단체들은 “시범 운영 중인 연구·선도학교에서 한 교사가 3~4과목을 담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는 외부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원단체들은 “교원자격증 없는 교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협의체 회의를 정례화해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 교사들과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