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연일 청년 유권자를 겨냥한 ‘현금 살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5일 청년의 자발적 이직에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고, 박용진 의원은 ‘청년 유급 안식년제’를 꺼내들었다. 앞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군 전역자에게 3000만원 지급을,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만 20세 청년에게 1억원의 기본자산을 제공할 것을 공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선 예비후보들이 야권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부상한 청년들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학점 적게 이수하면 등록금 할인”

이 지사 대선캠프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청년 정책공약 1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들의 자발적인 이직에 대해서도 생애 1회에 한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의 수급 기준을 개선하겠다”며 “20대 청년의 실업급여 수급자격인정자 비율은 13.6%로, 40대 21.4%와 50대 26.5%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기준상 구직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근로자에 한해서만 지급된다. 현재 다니던 직장이 마음에 안 들어 사표를 내고 새 직장을 찾는 청년에게도 실업급여를 주겠다는 의미다.

대학생들에게 수강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할인해주는 ‘학점비례 등록금제’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수강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최대 6분의 1까지 깎아주겠다는 이 공약은 지난달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과거 제안했던 정책이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을지로위원회를 이끌었던 ‘민생 정책 브레인’ 우 의원의 제안이 캠프 공약에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재명 캠프는 청년수당과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사업 전국 확대,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도입,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확대 등도 공약했다.

○현금 지원 경쟁 나선 與 주자들

민주당 내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청년을 위한 현금지원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박 의원은 청년공약 발표를 통해 ‘청년 안식년제’ 도입을 제안했다. 7년 이상 일하고 퇴직한 청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1년 정도 통상임금에 준하는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 캠프 측에서 생애 1회로 제안한 자발적 퇴직자의 실업급여를 상시적으로 주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1000만원이 넘는 목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한 주자들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월 군을 전역한 청년들에게 3000만원의 ‘사회정착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군대를 가지 않은 청년들이 군복무 기간 모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돈을 지급해 취업 전까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4월 아기가 태어나면 국가가 ‘청년씨앗통장’을 개설해 만 20세가 됐을 때 1억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공약을 발표했다. 김두관 의원도 정 전 총리와 비슷한 ‘국민 기본자산제 도입’을 약속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내에 1조원 규모의 남북 청년 평화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현금성 지원, 실현가능성 따져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청년 현금 지원 사업들이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는 진행되기 힘들다며 실현 가능성을 점검해 볼 것을 주문했다. 영국 정부는 2005년 기본자산 성격의 정책인 ‘자녀신탁기금’을 도입했으나 2011년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지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도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월 20만원의 아동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가 며칠 만에 절반인 10만원으로 축소해 공약 번복 논란을 일으켰다.

당장 이 지사 측에서 발표한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재정위기에 몰린 대학들로부터 대규모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권지웅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일정 부분 국가 재정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청년 정책 발표를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 기득권에 분노하고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세력에 표를 주는 경향을 보인다”며 “청년의 마음을 잡는다는 목적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왜 청년이 여당을 기득권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