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500명의 국민대표로 구성된 탄소중립시민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미래 산업 및 에너지 정책의 밑그림을 비전문가들에게 맡겨 형식적인 동의절차만 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발표한 3개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은 탄소중립시민위원회에서 다음달까지 의견수렴을 한다. 위원회는 산업계, 노동계, 청년,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등 각 분야 이해관계자와 500명의 국민대표로 구성됐다. 15세 이상의 10대 청소년도 참여한다. 시민회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 말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 정부 최종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위원회가 이미 결론을 지어놓고 형식적인 의견수렴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각 안건 간 차이가 커 두 달 동안의 의견수렴만으로는 하나의 안으로 의견을 좁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논의에 참여한 일반인을 통해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중립위 분과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산업계와 환경계의 이견이 커 도저히 하나의 안으로 수렴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 11개 부처가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은 2050년에도 탄소를 일부 배출하는 1안과 2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탄소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 3안을 위원회 주도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시민회의 의견수렴 과정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위원회는 내부적으로 1안에 ‘그레이(grey) 시나리오’, 2안은 ‘블루(blue) 시나리오’, 3안은 ‘그린(green) 시나리오’라는 명칭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3안이 가장 좋아 보이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탄소중립 시민회의가 형식상 절차가 아니냐’는 지적에 “국민참여 시민회의는 선택지를 주고 하나의 시나리오를 고르는 과정이 아니다”며 “논의할 필요가 있는 쟁점사항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