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가지의 화장품 조합을 고객의 피부에 맞춰 추천합니다. 인공지능(AI) 엔진의 분석을 바탕으로, 2주마다 구독형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뷰티 AI 스타트업 ‘아트랩’의 엄태웅 대표는 5일 열린 ‘제1회 AI 스타트업 라운드테이블’ 웨비나에서 “매출량 분석에만 익숙한 기존 화장품 업체들은 디지털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다”며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이 시장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미래포럼(AIFF)과 벤처캐피털 캡스톤파트너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세 곳의 스타트업과 주요 벤처캐피털(VC) 12개사가 참여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AI로 맞춤형 피부관리

아트랩은 2019년 창업했다. AI 피부진단 시스템 ‘스킨로그’와 한 달에 두 번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매니폴드’ 서비스를 운영한다. 휴대폰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기만 하면 AI가 사용자 피부를 정밀 분석한다. 적합한 화장품을 AI가 추천해 주는 기능도 갖췄다.

창업자인 엄 대표는 경력 10년의 AI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LIG넥스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을 거쳤다. 그는 상품을 진열대에 나열하고, 고객이 제품을 찾아가며 구매하는 기존 H&B(Health & Beauty) 매장을 “마치 과거 비디오가게 같은 곳”이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AI가 시청자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듯 화장품 생태계도 개인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엄 대표의 생각이다.

연내 ‘100% AI 기반’ 피부 분석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시드 투자를 해준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와 협력 중이며,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데이터 수집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 엄 대표는 “AI 진단 기능 강화로 실제 의료기기에 가까운 성능을 모바일상에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뷰티 루틴·AI 상담원…이색 사업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트렌드인 ‘뷰티 루틴’을 파고든 곳도 있다. 보디빌더들이 특정 운동 횟수로 몸을 가꾸는 것과 같이 화장품 사용법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KAIST 전산학과 출신 인재들이 창업한 ‘자가돌봄’의 ‘해비티토’ 솔루션이다.

이르면 9월 정식 출시될 이 솔루션에는 ‘분리 가능한 전이학습’ AI 기술이 활용된다. 윤영일 자가돌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데이터 간 상호 관계를 통해 AI 모델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웬만한 피부 데이터로도 정확한 뷰티 루틴 추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험 시장을 타깃으로 한 업체 ‘포지큐브’는 ‘AI 상담원’을 구현했다. 전화 기반의 보험 청약은 과정이 까다롭다. 상담원이 약관만 20분 이상 읊어야 할 정도다. 포지큐브는 이를 AI로 대체한다. 실제로 포지큐브의 도움을 받은 보험회사 지점은 직원 1인당 매출이 45%가량 뛰었다는 설명이다.

2017년 창업한 이 회사는 인력의 30% 이상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다. 오성조 포지큐브 대표는 “일반 상담원은 하루 80번의 통화가 한계인데, AI는 200번까지 해낼 수 있다”며 “텔레마케팅 서비스에서 AI의 활용 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