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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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석유·가스 업체로부터 최소 950만달러(약 108억원)의 광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등 자사의 친환경 경영을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의 보고서를 인용해 페이스북이 석유·가스 업체의 ‘화석연료는 친환경적이다’라는 등의 과장 광고를 그대로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가스 기업 25개사가 지난해 최소 950만달러를 들여 페이스북에 2만5000개 이상의 광고를 실었다. 총 조회수는 4억3100만 회에 달했다. 미국 정유회사 엑슨모빌은 500만달러를 썼다. 엑슨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페이스북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잘못된 주장을 퍼나르는 플랫폼이 됐다"며 "석유·가스 기업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본인들이 환경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석유·가스 기업들이 정치적인 의도로 페이스북에 광고를 의뢰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2조달러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발표하면서 석유 회사들의 페이스북 광고 지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들의 광고 지출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페이스북은 "독립적인 팩트체킹 파트너가 허위·과장 광고에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일부 화석연료 홍보 광고에 대해 이미 조치를 했으며 수많은 관련 광고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미국 18개주에서 풍력과 태양광 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협력업체는 물론 임직원의 출퇴근에까지 탄소배출 제로 방침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 상원의원들에게 페이스북이 기후변화 관련 허위정보를 퍼트린다는 항의 편지를 받는 등 행보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