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수 CJ올리브영 마케팅담당 / 사진=CJ올리브영
허지수 CJ올리브영 마케팅담당 / 사진=CJ올리브영
“아무리 작은 일을 맡아도 그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허지수 CJ올리브영 마케팅담당은 “마케터는 자신이 마케팅 해야 하는 대상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 툴이 넘쳐나는 시대라 해결방법은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오히려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이 사랑스러운 것, 이 좋은 것을 왜 몰라주지’라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브랜드나 상품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면 데이터를 모으든지, 주위 사람에게 묻든지, 고객을 관찰하든지 해서 그 문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는 얘기다.

17년차 경력의 마케팅 책임자인 허 담당은 ‘그렇게 자기 일에 가까이 다가가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이치를 강조했다.

그는 SK커뮤니케이션즈, 네오위즈게임즈, CJ㈜, CJ푸드빌 등을 거쳐 2018년 10월 CJ올리브영에 합류했다.

Q: 역할과 책임은

A: 브랜딩, 프로모션, 디자인, 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다. 브랜딩은 멤버십, 기프트카드, Owned Media, 어워즈 등이고 프로모션은 연 4회 진행하는 대규모 올영세일부터 매월 열리는 올리브영데이, 주차별 행사 및
상품대전, 굿즈 등이다.

디자인은 브랜딩과 프로모션에 관련된 그래픽 디자인이 메인이며, 데이터 분석기능도 마케팅 조직내에 있다.

올리브영에 처음 왔을 때 20년간 쌓인 브랜드·마케팅 자산이 프로세스화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기프트카드, 멤버십, 올리브영데이, 굿즈, 데이터, 로고 등등 엄청난 자산을 개별 담당자가 묵묵히 조용히 그리고 각자 활용하고 있었다.

담당자들이 자신이 맡은 부분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담당자들의 머릿속 아이디어를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담당자들이 일을 크게, 재미있게 벌리도록 유도했다.

Q: 그런 노력의 성과는

A: 먼저 기프트카드는 월 매출이 1000% 가량 성장하며, 누적 판매액 1천억을 돌파했다. 멤버십은 네이밍이나 정책 개편 후 2019년엔 200만 명 증가했고, 지난해엔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매월 하는 올리브영데이와 분기별로 진행하는 올영세일은 시그니처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굿즈는 이번에 당근마켓과 콜라보를 했는데 동네 상권을 사랑하는 슬세권 브랜드들이 힘을 합친 것이라 고객들 반응이 폭발적이다.

데이터는 외부 컨설팅사들이 분석기법 컨설팅 하러 오셨다가 저희가 만드는 페이퍼들을 보면 “아 저희 안쓰셔도 괜찮겠네요”라고 말한다.

디자인은 올영세일이나 올리브영데이, 어워즈에 잘 나타나는데 올리브영만의 생기있고 재치있는 룩을 계속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A: 2019년 1월의 일이다. 그때부터 옴니채널이 회사의 중요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당시 채널 특성상 상품 소싱 등에서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부 간 의견 차이가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올리브영 매장 고객이 옴니 고객으로 전환되면 매장 이용 밸류는 거의 훼손되지 않고 온라인 이용 밸류가 더해지는 패턴이 강하게 나타났다. 양쪽 본부장님 앞에서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올리브영 전체 구성원들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옴니채널 시너지를 강화한다면 올리브영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거야’라는 심플한 명제를 갖게 됐다.
마케팅 해야 하는 대상, 진심으로 좋아해라

Q: 옴니채널 광고 시작했는데

A: 이달부터 TV 광고 온에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옴니채널 브랜딩 캠페인에 나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강점을 표현한 슬로건 ‘올리브영(매장) 가거나, 올리브영(모바일 앱) 켜거나’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영은, 그냥 생활이에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MZ세대 일상에 스며든 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을 고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Q: K뷰티 생태계는

A: 대부분의 유통 브랜드는 상품의 속성을 설명하지 않는다. 가격이나 혜택을 설명한다.

올리브영은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마케팅 역량이 미흡한 중소 브랜드까지 마케팅을 해드린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여 상품 기능을 소구해드리거나, 올리브영 카톡채널이나 인스타그램 등에도 노출시킨다. 그렇게 해서 특정 중소브랜드나 특정 카테고리를 붐업시킨다.

대표적으로 아비브, 라운드랩 등 클린뷰티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공식 엠블럼도 부여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돋보이게 했다. 클린뷰티는 기초 브랜드에서 시작했는데 하반기부터는 헤어, 바디 브랜드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Q: 올리브영 마케터는

A: 올리브영은 국내 경쟁자를 확실하게 꼽기 어려운, 복합적인 업태이다. 그래서 올리브영의 마케터, 디자이너, 데이터분석가라고 하면 누구나 탐낼만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업무의 난도가 높다.

올리브영 마케터는 실체적으로 만져지는 오프라인 공간경험과 속속 새롭게 추가되는 온라인 공간경험을 다 살펴야 한다.

유통 브랜드로서의 정체성도 있지만 특정 브랜드 혹은 카테고리를 붐업시키기 위해 제조 브랜드로서의 시각도 갖춰야 한다.

전통적인 뷰티 카테고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지만 ‘건강한 아름다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유산균 같은 건강식품, 곤약젤리 같은 일반식품, 네모팬티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대상을 확장해서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 Interviewer 한 마디

허지수 담당은 스스로를 ‘혼혈’이라고 부른다. 경력이 특이해서다.

IT쪽에서 마케터로 시작했지만 IT 서비스 전략, 게임 사업 전략, M&A 등을 거쳐 다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런 경력이 마케터가 데이터분석가처럼 생각하고, 디자이너가 마케터처럼 사고하며, 데이터분석가가 마케터처럼 생각할 수 있게 사고와 경험을 확장시켜주는 것 같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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