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재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의 꿈'
사진가 이갑재가 대청호의 바위를 담은 사진전 '바위의 꿈'이 10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갤러리강호에서 개막한다. 이씨가 지난 30여 년 동안 대청호에서 바위와 교감하며 촬영한 작품들 가운데 흑백 사진 24점을 오는 20일까지 선보인다. 오랜 세월 바위를 담아왔지만 외부에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물과 산과 어우러져 꿈꾸는 듯한 모습의 바위, 동물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위 등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을 보여준다. 바위와 오랜 시간 대화하면 바위가 작가에게 새로운 모습을 살며시 내보여준다고 말한다. "수 만년 동안 물과 바람과 햇볕이 깎고 다듬어 만든 바위의 형상들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 다채롭고 신비합니다. 그래서 바위를 촬영하러 가면 손으로 쓰다듬고 인사를 건넵니다."
'바위의 꿈' 작품들의 이미지는 고요하고 포근하고 간결하다. 바위와 자연이 이룬 추상화같은 풍경들이다. 작가는 바위를 오래 지켜보며 그로부터 자신의 감성을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래서 각각의 작품엔 작가의 내면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예술작품은 세계에 대한 예술가의 '육화된 사유'라고 했다. 이씨는 카오스처럼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대청호라는 자연으로부터 자신의 내면과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추출해냈다.
작가가 바위에 매료된 계기는 대청호의 송화가루였다. 봄이되면 하얗게 대청호를 수 놓는 송화가루를 찍던 도중 수면에 솟아 오른 바위의 형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메라를 들고 순례하듯 대청호의 바위를 찾았다.
이씨는 30여 년 동안 늘 혼자 바위를 만나러 갔다. 또한 한번도 외부에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군가 바위를 캐가거나 훼손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공감을 얻는게 더 소중하단 생각에 30년 동안 작업실에 숨겨뒀던 바위의 꿈을 이제 세상에 드러내기로 했다.
신경훈 기자
이갑재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