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건강해지면 몸도 젊어진다"
혈관의 노화가 뼈, 근육, 간 등 신체 전반의 노화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진은 신생혈관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가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월 30일자에 발표했다.

노화가 진행되면 혈액 내 VEGF 양이 줄어들고 이는 혈관의 노화로 이어진다. 낡은 혈관은 염증이 생기기 쉽고, 각 조직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조직 내 산소량은 줄어들게 된다. 또 VEGF 양이 감소하면 모세혈관이 현저히 줄어들고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연구진은 VEGF 양을 늘리고 활성을 높이면 혈관이 젊어질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들은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를 이용해 VEGF를 늙은 쥐에게 주입했다. 그러자 쥐 혈관의 기능이 일부 복원됐고, 신체 기능이 향상됐다. 축적된 복부 지방과 지방간이 감소했으며, 근육 손실량과 뼈 손실량도 줄었다. 척추가 뒤로 휘어지는 척주후만증 역시 개선됐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골다공증, 근감소증, 지방간 등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포함해 학계에서는 젊은 개체의 혈액과 나이 든 개체의 혈액을 비교해 노화와 연관 있는 단백질을 찾는 방식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노화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토니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2016년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는 나이 든 쥐와 젊은 쥐의 혈관을 연결하는 연구를 했다.

병체결합법(파라바이오시스)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젊은 개체의 혈액이 나이 든 개체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 결과, 젊은 피를 수혈받은 알츠하이머 쥐의 해마에서 비정상적인 신호전달이 줄었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로, 실제 이 쥐에게서 단기적인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2020년 12월 18~95세 4263명의 혈액을 채취해 나이에 따라 양이 크게 변하는 ‘노화 단백질’을 선별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이 연구를 통해 1379개의 노화 단백질을 찾을 수 있었고, 이 단백질 양이 나이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34세, 60세, 78세에서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그중에서도 특히 양이 크게 변하는 단백질 300여 개를 이용해 나이를 추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혈액 내 단백질 양을 분석해 3년 이내의 오차범위에서 나이를 맞힐 수 있다.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잠재적인 타깃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2014년 바이오 기업 알카헤스트라를 설립해 젊은 피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뇌질환 환자를 위한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알카헤스트라는 ‘크로노카인’ 등 젊은 피의 단백질을 분획한 후보물질로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해 올해 초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