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6월 발사한 발사체(로켓) ‘블랙 브랜트 9호’에 탑재된 우주배경복사 관측용 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6월 발사한 발사체(로켓) ‘블랙 브랜트 9호’에 탑재된 우주배경복사 관측용 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암흑물질은 현대 천문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암흑물질은 질량은 있으나 빛에 반사되지 않아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현재 머릿속에 떠올리는 우주는 실제 모습의 4%에 불과하다. 나머지 27%는 암흑물질, 69%는 암흑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입자물리학계의 표준 우주모형에 따른 설명이다.

암흑물질이 중요한 이유는 은하와 은하를 연결하는 망(cosmic web)이 암흑물질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암흑물질 분포를 알면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은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는 최소 1000억 개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도 이 중 하나다.

현재까지 학자들이 관측한 우주는 거리로 약 470억 광년까지다. 이들이 본 우주 내부 구조는 다양하게 나뉜다.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등 순으로 크기가 커진다. 은하군은 작은 은하 무리다. 수백만 광년 내 범위에 50개 미만 은하가 있다.

훨씬 커다란 ‘형님’ 은하단은 서로 중력에 의해 속박된 수백~수천 개 은하가 뭉쳐 만들어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큰 우주 내 구조로 알려졌지만 이후 더 큰 ‘초은하단’이 새로 발견되면서 자리를 내줬다. 우리은하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에 포함돼 있는 소규모 은하군의 일원으로 밝혀졌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가 우리은하의 일부임을 감안하면, 우주가 얼마나 드넓은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은하엔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1000억 개가량 존재한다.

은하는 정적으로 머무는 게 아니다. 긴 시간에 걸쳐 팽창한다. 빅뱅 이론과 함께 우주 관련 정설로 자리잡은 ‘우주배경복사’ 이론이다. 빅뱅 이후 엄청나게 뜨겁던 우주가 계속 팽창하며 식는 과정에서 전파를 사방으로 균질하게 뿜어낸다는 내용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89년 11월 발사한 탐사선 코비가 우주 온도를 2.73K(절대온도)로 측정하면서 실제로 입증됐다. 암흑물질과 마찬가지로 우주배경복사 연구 역시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은 NASA가 지난 6월 발사한 발사체(로켓) ‘블랙 브랜트 9호’에 탑재된 우주배경복사 관측용 카메라를 미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함께 개발했다.

홍성욱 천문연 선임연구원과 황호성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김주한 고등과학원 교수와 정동희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우리은하 주변 은하 정보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기존 연구 대비 세 배 이상 정밀한 암흑물질 분포 지도를 그려 최근 공개했다. 딥러닝을 활용해 우리은하에서 1억 광년 거리 내 펼쳐져 있는 암흑물질 밀도 분포 예측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1900여 개 외부 은하 공간 분포와 각각 운동(팽창) 속도 정보를 입력값으로 하고, 암흑물질 밀도 분포를 출력값으로 하는 CNN(합성곱 신경망) 딥러닝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그 결과 암흑물질의 밀도 분포가 300만 광년 거리까지 선명하게 나타났다. 은하와 은하 사이 퍼져 있는 암흑물질의 미세한 실가닥 구조가 AI의 힘으로 재현된 것이다. 우리은하가 포함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내 국부 은하군과 기존에 알려진 처녀자리 은하단 등 사이의 실가닥 구조도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홍 선임은 “딥러닝을 통해 더 확장된 우주에 대한 지도를 얻는다면 현대 천문학의 난제인 암흑물질 정체를 밝힐 결정적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