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포 입은 이낙연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6일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을 찾아 도포로 갈아입고 퇴계 이황의 위패가 모셔진 상덕사로 걸어가고 있다.  /뉴스1
< 도포 입은 이낙연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6일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을 찾아 도포로 갈아입고 퇴계 이황의 위패가 모셔진 상덕사로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여야 대선주자들이 외연 확장보다는 기존 지지층 표심을 얻는 데 집중하면서 경선이 진영 내 선명성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여당 주자들은 ‘적통 논란’에 불을 붙인 데 이어 강성 지지층이 민감해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까지 끌어들였다. 야권 주자들은 연일 보수색 짙은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내면서 ‘우클릭’하고 있다.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중도 표심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與는 ‘친문 경쟁’

더불어민주당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6일 경북 안동 도산서원을 찾아 방명록에 ‘선조들의 높은 뜻을 새기며 혼을 간직한 나라로 발전시키겠다’고 적었다. 이곳은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 방명록을 남긴 곳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엔 전남 광양 옥룡사지를 방문해 ‘소망의 샘’ 약숫물로 목을 축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물을 마신 적이 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이 전 대표의 총리 시절 ‘무능론’을 제기하면서 친문 진영을 향해 암묵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총리책임론을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의 화살이 문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 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동병상련이다. 자주 연락한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이낙연 캠프에서 조 전 장관을 공격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 지사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반격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을 외치면서 중도층 확장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대선 주자들은 친문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만 공들이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인사는 “경선이 2강 구도로 가다 보니 지지 당원 확보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野는 우클릭하다 ‘설화’

< 최재형, 박정희 前대통령 생가 방문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6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뉴스1
< 최재형, 박정희 前대통령 생가 방문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6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야권 후보들도 우클릭 행보로 지지층 확보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연일 보수색 짙은 메시지를 내는 도중 설화에까지 휩싸였다.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 등의 발언으로 ‘1일 1망언’이라는 여권의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애국가 완창 논란을 일으킨 가족 모임 사진을 공개하는 등 ‘뼛속까지 보수’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역 행보 역시 영남지역을 가장 먼저 찾으면서 보수층 공략에 방점을 찍었다. 최 전 원장은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오늘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두 후보 모두 정치신인으로서 중도외연 확장에 대한 기대가 집중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보수층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다른 야권 후보들도 연일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보수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중도층 전략이 없다”

여야 주자들의 중도층 전략이 부재한 탓에 중도 표심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지지 후보를 바꾸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3~5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19%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보다 1%포인트 오른 25%로 1위였고, 이 전 대표는 5%포인트 상승한 11%의 지지를 얻었다. 최 전 원장은 4%였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는 게 중도층 유권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 탓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조사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23%에서 16%로 7%포인트 하락했다. 이 전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5%에서 11%로 6%포인트 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뚜렷하게 갈 곳을 찾지 못한 중도층 표심이 윤 전 총장을 향했다가 연이은 설화에 실망해 떠돌다가 이 전 대표에게로 온 것 아니겠느냐”며 “이 표심은 확실한 지지층이 아닌 만큼 이 전 대표가 실수하면 바로 또 빠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중도 표심이 정부 지지율이 올라가면 이 전 대표 지지 쪽으로 갔다가 아닐 경우 이 지사, 윤 전 총장 양쪽으로 흩어지는 복합적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권자 10명 중 3명은 차기 지도자에 대한 뚜렷한 선호 없이 선택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의견을 유보한 비율이 29%로, 1위 주자인 이 지사 지지율(25%)보다 더 높았다. 20대(18~29세)의 경우 유보율이 51%에 달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