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선, 레이스 중 한 차례 넘어지고도 완주 목표 달성
제프치르치르, 세계기록 보유자 코스게이 제치고 여자마라톤 우승
최경선(29·제천시청)이 역주를 펼치며 목표로 정했던 2시40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했다.

최경선은 7일 일본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35분33초로 34위에 올랐다.

최경선은 레이스 도중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뛰었다.

레이스를 마치고 탈진해 휠체어에 실려 휴식 장소로 이동할 만큼 지쳤는데도 완주 목표를 지켰다.

이날 88명의 마라토너가 출발선에 섰고, 73명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15명은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애초 7일 오전 7시에 출발할 예정이던 여자 마라톤은 삿포로 무더위를 우려해, 오전 6시로 출발 시간을 한 시간 당겼다.

선수들은 하루 전에야 출발 시간 변경을 통보받았다.

새벽 무더위에도 최경선을 열심히 달렸다.

개인 최고인 2시간29분06초 보다는 6분 정도 느렸지만, 개인 목표로 정한 2시간30분대 진입에는 성공했다.

안슬기(29·SH공사)는 2시간41분11초로 57위를 했다.

기록이 다소 아쉬웠지만, 안슬기도 무더위를 뚫고 완주에 성공했다.

안슬기가 결승을 통과할 때 삿포로의 기온은 섭씨 30도였다.
도쿄올림픽 여자 마라톤 우승은 '하프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페레스 제프치르치르(28·케냐)가 차지했다.

제프치르치르는 2시간27분20초에 레이스를 마쳤다.

제프치르치르는 '세계기록 보유자' 브리지드 코스게이(27·케냐)와 40㎞ 지점까지 경쟁했고, 막판 스퍼트로 코스게이를 따돌렸다.

코스게이의 기록은 2시간27분36초였다.

제프치르치르는 2017년 10월 딸 나탈리아를 얻었다.

은퇴도 고려했지만, 2019년 다시 출발선에 섰다.

2020년에는 두 차례 '여자 선수들만이 뛴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을 세웠다.

세계육상연맹은 여자 도로종목 기록을 '남성과 함께 뛴 레이스', '여자 선수들만 뛴 레이스'로 구분한다.

남자 선수와 함께 뛴 레이스는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 기록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제프치르치르는 2020년 9월 6일에 '여자 선수들만이 뛴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05분34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한 달 만인 2021년 10월 17일에는 그 기록을 1시간05분16초로 더 당겼다.

하프마라톤으로 '스퍼트' 능력을 키운 제프치르치르는 도쿄올림픽에서도 레이스 막판에 코스게이를 제쳤다.

제프치르치르는 경기 뒤 올림픽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코스세이가 1, 2위를 차지했다.

케냐의 승리"라며 "신과 가족, 케냐와 내 승리의 기쁨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마라톤에서 케냐 선수가 1, 2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프치르치르는 케냐의 역대 두 번째 올림픽 여자 마라톤 우승자가 됐다.
코스게이는 2019년 10월 13일 시카고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14분04초에 완주해 2003년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작성한 2시간15분25초를 1분21초나 앞당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도쿄올림픽 여자 마라톤 우승 1순위로 꼽혔지만, 제프치르치르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코스게이는 "케냐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땄다.

충분히 기쁜 일"이라며 "금메달을 딴 친구 제프치르치르가 케냐 육상을 빛냈다.

축하한다"고 의연하게 승자를 축하했다.

몰리 자이델(27·미국)은 2시간27분46초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미국 여자 마라토너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건, 2004년 디나 캐스터(동메달) 이후 17년 만이다.

자이델은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체 저 선수는 누구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만 뛰는 게 내 목표였는데 메달까지 땄다"고 기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