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의 '화이부동'에 '군자불기'로 맞받은 정은보 [이호기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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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퇴임한 지 석달여만에 빈 자리가 결국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지난 6일(금요일) 공식 취임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금융 관료 출신입니다.
이번에 함께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고승범 후보자 역시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지내면서 오랜 기간 정 원장과 한솥밥을 먹었고 심지어 행정고시(28회) 동기여서 윤 전 원장 시절 각종 파열음이 적지 않았던 금융위·금감원 간 관계가 앞으로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실제 고 후보자와 정 원장의 첫 메시지에서도 이 같은 소통과 화합에 대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고 후보자는 금요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준비팀으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 원장도 취임 소감문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 기관과 협력하며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지요.
정 원장의 취임사에서도 윤 전 원장과 차별화하겠다는 각오가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정 원장은 먼저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을 첫 손에 꼽았는데요.
그러면서 "내용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절차적 측면에서도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에 기초한 금융감독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지요.
윤 전 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특정 금융사에 대해 거의 '먼지털이 식' 검사를 벌였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정 원장은 또 사후적 제재보다는 사전적 감독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 윤 전 원장이 DLF(파생결합펀드)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으며 사후에 이에 대한 책임도 해당 금융사 및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물어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뒤 오히려 행정소송까지 당한 뼈아픈 수모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취임사의 백미는 바로 공자를 인용한 구절이었는데요.
윤 전 원장도 퇴임 당시 이임사를 통해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군자는 화이부동, 소인은 동이불화'라는 문구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융형통'(관련기사 바로가기)에서도 분석했듯, 화이부동이란 뜻을 함께 하지 않더라도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덕목을, 동이불화는 마치 뜻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목하지 않은 소인의 행태를 말합니다.
물론 윤 전 원장 스스로도 소통과 화합에 실패한 탓에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제시한 키워드였지만 정 원장은 이를 '군자불기'로 맞받았는데요.
'군자불기'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크기가 한정돼 일정한 양밖에 담을 수 없는 그릇과 달리 군자는 쓰임새와 크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정 원장도 취임사에서 "모든 분야의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고 적응할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이라며 "법과 원칙을 따르되 시장과 호흡하며 경직되지 않게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덕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윤 전 원장의 '화이부동'과 정 원장의 '군자불기'는 어떻게 다를까요.
화합하더라도 굳이 뜻까지 함께 할 필요 없다는 윤 전 원장의 주문에 대해 정 원장은 그릇처럼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라고 받아친 건 아닐까요.
지난 6일(금요일) 공식 취임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금융 관료 출신입니다.
이번에 함께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고승범 후보자 역시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지내면서 오랜 기간 정 원장과 한솥밥을 먹었고 심지어 행정고시(28회) 동기여서 윤 전 원장 시절 각종 파열음이 적지 않았던 금융위·금감원 간 관계가 앞으로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실제 고 후보자와 정 원장의 첫 메시지에서도 이 같은 소통과 화합에 대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고 후보자는 금요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준비팀으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 원장도 취임 소감문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 기관과 협력하며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지요.
정 원장의 취임사에서도 윤 전 원장과 차별화하겠다는 각오가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정 원장은 먼저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을 첫 손에 꼽았는데요.
그러면서 "내용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절차적 측면에서도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에 기초한 금융감독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지요.
윤 전 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특정 금융사에 대해 거의 '먼지털이 식' 검사를 벌였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정 원장은 또 사후적 제재보다는 사전적 감독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 윤 전 원장이 DLF(파생결합펀드)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으며 사후에 이에 대한 책임도 해당 금융사 및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물어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뒤 오히려 행정소송까지 당한 뼈아픈 수모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취임사의 백미는 바로 공자를 인용한 구절이었는데요.
윤 전 원장도 퇴임 당시 이임사를 통해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군자는 화이부동, 소인은 동이불화'라는 문구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융형통'(관련기사 바로가기)에서도 분석했듯, 화이부동이란 뜻을 함께 하지 않더라도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덕목을, 동이불화는 마치 뜻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목하지 않은 소인의 행태를 말합니다.
물론 윤 전 원장 스스로도 소통과 화합에 실패한 탓에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제시한 키워드였지만 정 원장은 이를 '군자불기'로 맞받았는데요.
'군자불기'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크기가 한정돼 일정한 양밖에 담을 수 없는 그릇과 달리 군자는 쓰임새와 크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정 원장도 취임사에서 "모든 분야의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고 적응할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이라며 "법과 원칙을 따르되 시장과 호흡하며 경직되지 않게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덕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윤 전 원장의 '화이부동'과 정 원장의 '군자불기'는 어떻게 다를까요.
화합하더라도 굳이 뜻까지 함께 할 필요 없다는 윤 전 원장의 주문에 대해 정 원장은 그릇처럼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라고 받아친 건 아닐까요.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