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국·선수 비하 발언으로 비판…중복 중계 관행도 여전
최고 시청률은 여자배구 준결승…이제 올림픽 스타들 섭외 전쟁
코로나에 올림픽 '집관' 늘었지만 지상파 중계 수준은 제자리(종합)
방송팀 = 지난달 23일부터 이어진 제32회 도쿄올림픽이 8일로 막을 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치러진 올림픽에 '직관'보다는 집에서 TV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집관'이 늘면서 지상파의 역할이 더 커졌지만, 전반적으로 시청자 눈높이와 시대 정신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MBC 개회식 물의부터 상대국·선수 비하까지 사고로 얼룩
MBC가 개회식부터 큰 물의를 빚으면서 시선이 집중되기는 했지만, 나머지 방송사도 타국 선수 비하성 발언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MBC는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그래픽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 마셜제도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 등의 사진이나 자막을 삽입해 국내외에서 비판받고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남자축구 한국-루마니아전에서는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넣었고,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서는 김연경의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라는 자막을 임의로 넣어 김연경이 마치 배구만 이겨서 "뿌듯하다"고 답한 것처럼 연출이 됐다.

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은 육상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선수가 기권하자 윤여춘 해설위원이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찬물을 끼얹어"라고 말해 비판받기도 했다.

오주한은 이날 초반 선두권이었으나 허벅지 통증으로 15km 지점에서 기권했다.

윤 해설위원은 부상에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했던 선수를 비난해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MBC는 이 밖에도 자잘한 자막 실수를 지속해 논란이 됐다.

물론 MBC가 가장 큰 물의를 일으켰지만 다른 방송사들도 날카로워진 시청자들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KBS는 탁구 경기를 중계하면서 신유빈과 맞붙은 룩셈부르크에서 출전한 58세의 니시아리안 선수를 가리켜 "탁구장 가면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나오는 숨은 동네 고수 같다", "여우 같다"고 말해 무례할 수도 있는 표현을 썼다.

양궁 혼성 단체 결승에서는 네덜란드 선수가 10점을 쏘자 "의미 없다.

10점 쏴도 (우리 팀) 못 이긴다"고 조롱 조로 말하기도 했다.

오언종 아나운서는 클라이밍을 중계하면서 김자인 해설위원의 말을 계속 끊고, 기본적인 경기 룰도 숙지하지 못한 채 방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SBS 역시 개회식에서 팬데믹 시국을 반영해 큰 무대에서 홀로 러닝머신을 뛰는 모습을 연출한 일본 선수를 향해 "홈쇼핑 같다"고 하거나, 여자 양궁 선수들에게 "태극낭자"나 "얼음공주" 같은 표현을 써 남자 선수들과 차별했다고 지적받았다.

이처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지상파들의 중계는 올림픽 때마다 비판받았지만 코로나19로 더더욱 중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시국에도 지상파는 크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코로나에 올림픽 '집관' 늘었지만 지상파 중계 수준은 제자리(종합)
◇ 축구·야구 올인…정작 성과·화제는 비인기종목에서
축구와 야구 등 인기 종목에 열을 올리고 비인기종목을 상대적으로 홀대한 분위기도 여전했다.

KBS는 축구와 야구에 각각 조원희-박찬호, MBC는 안정환-김선우, SBS는 최용수-이승엽을 내세우며 화려한 해설위원 라인업을 과시했다.

또 축구와 야구 경기를 위주로 서로 겹치기 편성하면서 같은 시간 여자 배구 등 비인기종목의 활약상과 영광의 순간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최대한 겹치기 편성을 하지 말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가 무색한 순간이었다.

특히 국가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수영, 기계체조, 육상 등에서 의외의 성과가 나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정작 지상파의 중계는 시청자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방송사별로 특징은 예년과 비슷했다.

KBS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해설, MBC는 다이내믹한 해설, SBS는 재치 있는 해설로 전통을 이어갔다.

시청률 성적표는 종목별로 차등이 있었지만 1TV와 2TV 두 채널을 활용해 비교적 다양한 종목을 보여준 KBS가 대체로 높은 성적을 거뒀다.

KBS는 육상, 역도, 여자 배구 등 종목을 '나 홀로 실시간 중계'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특히 우상혁이 한국 육상 올림픽 최고 순위 기록을 바꾼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단독 중계로 27.1%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BS는 입담과 순발력을 자랑하는 배성재·정우영 캐스터를 내세워 야구, 양궁 등 종목에서, MBC는 안정환의 활약으로 축구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채널별로 '베스트 해설위원'은 KBS는 딸 여서정의 동메달과 후배 신재환의 금메달 획득 순간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체조 여홍철, MBC는 '방송 경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해설을 보여준 축구 안정환, SBS는 예지력과 친근한 입담을 바탕으로 한 야구 이승엽이었다.

한편, 6일까지 닐슨코리아의 누적 총 시청률 기준 이번 올림픽에서 시청자들이 주목한 경기 톱(TOP)3은 여자배구 준결승전인 한국-브라질전(시청률 38%), 우리 대표팀이 4-0으로 대승을 거둔 축구 루마니아전(시청률 33%), 여서정이 아빠의 뒤를 이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28%)과 야구 준결승이었던 한일전(28%)이었다.

코로나에 올림픽 '집관' 늘었지만 지상파 중계 수준은 제자리(종합)
◇ 올림픽 후 예능과 뉴스 등으로 화제 이어갈 듯
올림픽은 이날로 막을 내리지만 방송가는 한동안 올림픽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예능가와 보도국에서는 이번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섭외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으며, 실제로 이미 몇 건의 녹화가 이뤄졌다.

스타트는 '양궁 3관왕' 안산이 끊었다.

그는 지난 4일 KBS와 SBS 메인 뉴스, 그리고 MBC 라디오에 연달아 출연해 감동적인 순간을 공유해 주목받았다.

안산은 이미 10여 곳 방송 출연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는 '어펜져스'로 불린 펜싱 팀이 잇는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 전원 또는 일부 선수가 이미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JTBC '아는 형님', E채널 '노는 브로2' 출연을 확정했다.

안산 외에도 10대 스타로 떠오른 양궁 김제덕, 수영 황선우, 탁구 신유빈 등에도 방송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유도 조구함과 안창림 등 화제가 된 선수들도 케이블 예능 출연 소식이 전해졌다.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들까지 섭외 전쟁에 참여하고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올림픽 특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