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어진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눈시울 붉어진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입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이 '라스트 댄스'를 마쳤다.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연경은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꾹 참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와 분전 끝에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 마지막으로 믹스트존에 나온 김연경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김연경은 "아쉽다"며 "사실 누구도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도 이렇게 잘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한국 김연경이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한국 김연경이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일본전, 8강 터키전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김연경과 황금세대'라는 드라마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들은 준결승전에서 브라질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를 만나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세계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여자 배구팀은 힘을 쓰지 못했다. 에이스 김연경이 번번이 막히자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겠다고 어렵게 운을 뗐다.

그는 "국가대표의 의미는 이야기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것"이라며 "영광스럽고 자부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이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이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후배들에게 한 말을 묻자 김연경은 "결과적으로 잘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웃으라고 했다"며 "선수들이 고생한 게 있어 눈물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김연경은 "조심스럽다"며 "귀국 후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님과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금"을 꼽았다. 그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 준비를 끝낸 뒤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연경은 배구 팬들에게 "이번 대회는 많은 관심 속에 치러져 매우 즐겁게 했다"며 "조금이나마 우리 배구를 알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말을 맺었다.

한국 여자배구는 아쉽게 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김연경이 출전한 3번의 대회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해 고무적인 평가를 받는다. 김연경이 대표팀을 떠나도 한국 여자배구엔 '황금세대'들이 남아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