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국은행이 쉼없이 물가가 뛰는 '인플레이션 소용돌이'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을 것이라는 관측에 가계·기업이 임금·제품값을 올리며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빨라지는 물가 상승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8월 금리 인상론도 한층 힘을 받고 있다.

8일 한은 14차 금융통화위원회(지난 7월 15일)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꾸준히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물가의 지속적 상승을 부르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소용돌이(inflation spiral)'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임금·제품값 상승→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물가가 뜀박질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 인플레이션(가계·기업이 예상한 미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이 꿈틀거리고 그만큼 가계·기업이 임금과 물건값이 계속 오른다는 의미다. 밥상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데다 원자재값도 치솟으면서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2.6%를 기록했다.

최근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밥상물가다. 밥상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작년 1분기보다 8.2%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11년 3분기(9.0%) 후 가장 높았다. 올 2분기 밥상물가는 7.3%로 1분기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한국의 밥상물가는 38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0%)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1.6%)보다도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밥상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비도 꿈틀거린다. 2분기 외식비를 나타내는 음식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 뛰면서 분기 기준으로 2019년 1분기(2.7%)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교통비는 8%나 뛰어 2008년 3분기(12.1%) 후 최고치다.

치솟는 물가를 반영해 한은이 이달 26일 발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를 종전 1.8%에서 2%대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현재의 70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한은의 전망수준(1.8%)을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에 금통위원으로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연간으로 올해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집값·물건값이 뛰면서 실질구매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올라간 인건비를 제품값에 반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임금·제품값 상승→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소용돌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올들어 치솟는 임금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의 올해 1~5월 월평균 임금총액은 366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만2000원) 늘었다. 역대 1~5월 기준 증가율로는 2018년(6.6%) 후 가장 높았다.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는 만큼 8월 기준금리 인상론도 힘을 받고 있다. 델타 변이가 퍼지고 있지만, 실물경제 흐름에 대한 한은의 긍정론은 바뀌지 않고 있다. 수출이 갈수록 좋아지는 데다 민간소비도 더디지만,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월 전망치(700억달러)를 웃도는 8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민간소비도 '학습효과’로 4차 대유행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거리두기를 경험한 가계가 온라인 교육·상거래 등으로 우회수단을 찾아 씀씀이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8월 경제전망에서 물가와 성장률을 동시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명분이 쌓여가는 만큼 이달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한은이 이달과 올해 4분기에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