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통업계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던 헬스앤드뷰티(H&B) 사업이 유통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GS리테일과 롯데쇼핑은 H&B 부문 적자가 계속되자 점포 폐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점포 절반 폐점"…애물단지 된 H&B 스토어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말까지 H&B사업인 롭스 점포 48곳의 문을 닫을 계획이다. 상반기 13개 점을 폐점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35곳의 문을 닫는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131개이던 점포는 올해 말 53개로 줄어든다.

작년 말 124곳이던 GS리테일 랄라블라 매장도 상반기 27곳이 폐점해 100개 아래로 떨어졌다. 하반기에도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50~100개 점포로는 1200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한 부동의 1위 CJ올리브영과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과 롯데쇼핑이 점포 폐업을 가속화하는 것은 H&B사업 적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2분기 H&B사업(e커머스사업 포함)에서 292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140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마트사업부로 편입된 롭스도 적자를 이어갔다.

H&B사업은 한때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혔다. 화장품 유통시장의 중심이 미샤, 더페이스샵 등 단일 브랜드 로드숍에서 CJ올리브영과 같은 뷰티 편집숍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쇼핑과 GS리테일도 각각 2013년과 2017년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발굴, 차별화한 상품 등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기보다 ‘좋은 자리에 점포를 내기만 하면 된다’는 부동산 관점으로 접근한 게 H&B 후발주자들의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은 사업 철수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를 내는 비효율 점포를 축소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도 “마트 소비층인 중장년을 겨냥해 노화 방지 화장품을 들여놓는 등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