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악어 입' 벌릴 궁리만 하는 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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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정치부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경선 열기가 여름 날씨 못지않다. ‘현금 살포 경쟁’에 ‘네거티브 공방’도 뜨겁다. 얼마 전에는 폭염 맞춤형 정책까지 나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께 시원할 권리를!”이라며 전 가구 전기요금 추가 감면을 제안했다. 월 350㎾h를 쓰는 가정이 600W급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정도 가동하면 월 1만2000원의 추가 요금이 드는데, 전국 2148만 가구에 혜택을 줄 경우 2개월간 5000억원이면 된다며 재원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수십조원 들어가는 기본소득에 비하면 ‘껌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디에 얼마나 더 쓰자고 할지 궁금하다. 겨울에는 “국민께 따뜻할 권리를!”이라며 가스·유류비 지원책을 내놓지 말란 법이 없다. 대선 석 달 전이라 약발도 크다. 가을에는 “날씨 좋은 날 놀 권리를!”이라며 여행비를 지원하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이 제시한 재원 마련 방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세출 구조조정이고 또 하나는 국토보유세 신설 등 증세다. 하지만 국가 예산은 다 쓸 데가 정해져 있다. 정부가 매년 예산안을 짜서 국회에 제출하지만 삭감액은 미미하다. 말이 쉬워 구조조정이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증세도 만만찮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론 도입 자체가 힘들다. 부자나 대기업만 ‘콕’ 찍으면 가능할 순 있다. 하지만 이런 ‘갈라치기’ 증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산가와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재정은 1990년 이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10년 전 마나고 야스시 일본 재무성 주계국장(예산실장)이 기획재정부 관료에게 보여준 국가 재정 ‘악어 입’ 그래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90년 64%에서 지난해 237%로 급증했다. 복지비 등 쓸 돈은 넘쳐나는데 장기간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줄어든 탓이다. 벌어진 악어 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래턱(세수)엔 무관심하고 위턱(세출) 벌릴 궁리만 하는 대선주자들이 넘쳐나 걱정이다.
가열되는 '현금 살포' 경쟁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내놓은 현금성 공약 재원은 이미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 지사는 2023년 연간 25조원, 집권 말기엔 58조원이 소요되는 기본소득 공약을 내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9조원이 들어가는 아동수당 확대·사회출발자금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미래씨앗통장(연간 27조원), 김두관 의원은 기본자산제(연간 8조원)를 공약하면서 ‘원조 논쟁’까지 벌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기본소득(5조원)에 국민배당(36조원)을 하겠다고 한다. 아직 경선 전인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별지급이라지만 공정소득, 안심소득 같은 기본소득 아류작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이들이 제시한 재원 마련 방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세출 구조조정이고 또 하나는 국토보유세 신설 등 증세다. 하지만 국가 예산은 다 쓸 데가 정해져 있다. 정부가 매년 예산안을 짜서 국회에 제출하지만 삭감액은 미미하다. 말이 쉬워 구조조정이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증세도 만만찮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론 도입 자체가 힘들다. 부자나 대기업만 ‘콕’ 찍으면 가능할 순 있다. 하지만 이런 ‘갈라치기’ 증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산가와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현실화하는 '악어 입' 재정
국가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340조원 증가했다. 내년에는 1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연간 국채 이자로만 20조원 이상을 내야 할 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를 넘어선다. 올해는 수출 호조에 주식·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세수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늘어나기 쉽지 않다. 내년 세법 개정으로만 연간 1조25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에다 급속한 고령화로 세금을 낼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65세 이상 인구는 800만 명을 돌파했고 250개 시·군·구 모두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조차 지난달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 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국 재정은 1990년 이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10년 전 마나고 야스시 일본 재무성 주계국장(예산실장)이 기획재정부 관료에게 보여준 국가 재정 ‘악어 입’ 그래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90년 64%에서 지난해 237%로 급증했다. 복지비 등 쓸 돈은 넘쳐나는데 장기간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줄어든 탓이다. 벌어진 악어 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래턱(세수)엔 무관심하고 위턱(세출) 벌릴 궁리만 하는 대선주자들이 넘쳐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