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 '올림픽 종합 3위' 오른 비결
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개최국 일본은 금메달 27개 등 58개의 메달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금메달 6개 등 20개의 메달로 16위였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일본과 한국이 각각 7위와 10위에 오르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후 가장 큰 격차다.

일본의 선전을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정상급 선수가 여럿 불참하고, 텃세를 최대한 활용한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2개 등 41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6위에 올랐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14개의 메달로 23위까지 처졌던 나라라는 게 믿기지 않는 상승세다. 영국식 성과주의를 도입한 것이 비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런던올림픽 3위, 리우올림픽 2위를 차지한 영국의 성공 사례를 모방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집중 지원했다. ‘S등급’과 ‘A등급’으로 분류한 16개 종목에는 선수 실력 향상을 위한 예산을 30%와 20%씩 더 줬다. 금메달에는 500만엔(약 5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따낸 메달 58개 중 47개, 금메달 27개 중 25개가 S·A등급 종목에서 나왔다.

일본의 성과주의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한국도 메달 전략 종목을 분류한다. 포상 역시 일본보다 후하다. 금메달리스트는 포상금 6000만원에 매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한국이 주목할 부분은 일본의 스포츠 저변이다. 일본이 메달을 딴 종목은 20개다. 금메달은 11개 종목에서 나왔다. 한국이 메달을 딴 종목은 8개, 금메달 종목은 3개뿐이었다.

한국보다 일본이 다양한 종목에서 탄탄한 선수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학생이 입시에 목을 매는 한국과 달리 일본 고교생들은 절반만 대학에 간다(2020년 대학 진학률 51.1%). 졸업과 동시에 사회인이 되는 나머지 절반은 고교 3년간 야구 축구 등 부 활동에 힘쓴다.

좋아서 하는 운동에 성과주의와 포상금 제도가 접목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등장했다는 게 일본 내부의 분석이다. 엘리트 선수 육성의 한계를 드러낸 한국이 주목할 대목이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도 메달 색깔보다 선수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성적이 부진하면 관심 자체가 식을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 대표팀의 선전이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이던 여론마저 바꿔놓은 일본만 봐도 성적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참가국의 메달 순위와 국력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 역시 성적에 무심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