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24가구를 일반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연합뉴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24가구를 일반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연합뉴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은 275가구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1830가구)에 비해 85% 급감했다. 서울에서 재건축 단지는 통상 전체 아파트 공급 물량의 40~50%를 차지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안전진단 기준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35층 건축 제한 등 과도한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꽉 가로막혔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둔촌주공 등 대단지 공급도 미뤄지고 있다. 민간 재건축 사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공급 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분의 1토막 난 서울아파트 공급

부동산리서치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4998가구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1~7월) 1만4000~1만9000여 가구가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물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된 게 아파트 공급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올 서울 재건축 일반분양 275가구뿐…첩첩규제에 '공급 가뭄'
2017년(1~7월) 6343가구였던 재건축 아파트 물량은 2019년 4311가구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3155가구로 줄었다. 올해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지난 3월 광진구 자양동 ‘자양 하늘채 베르’(51가구)와 6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24가구)가 전부였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 공급이 적은 건 분양가 규제가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작년 7월 하순부터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주요 단지가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일반분양 4841가구)을 비롯해 서초구 ‘반포메이플자이’(236가구)와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강남구 ‘청담삼익롯데캐슬’(152가구) 등은 하반기 일반분양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작년에 분양을 마쳤어야 했다.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격이 3.3㎡당 2978만원으로 낮아 조합원의 반발을 샀다. 조합원들은 새 집행부를 꾸려 연내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재건축 막을수록 공급난 가중”

재건축 추진 연한(30년)을 충족하더라도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어 공급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노원구 태릉우성(1985년, 432가구),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1985년, 1320가구), 양천구 목동9단지(1987년, 2030가구)와 11단지(1988년, 1595가구) 등은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건축 연한을 넘긴 단지들이 재건축하려면 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통과)이나 E등급(확정)을 받아야 한다. 2018년 2월 정부가 진단 평가항목인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50%로 높이고 공공기관에 2차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하면서 안전진단에서 탈락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빠른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집값 안정을 이유로 관련 규정 개정을 미루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압구정, 여의도,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 등은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를 서두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유로 이들 단지의 사업 추진에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종상향을 통해 50층 건축이 가능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아파트지구단위계획이 나오지 않아 진도가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민간 재건축 사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서울지역 공급 가뭄은 3~4년 뒤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당장은 시세가 오를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 기반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