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 연료’로 꼽히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7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한 데다 원·달러 환율과 해상 운임도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규모 공장과 식당, 택시업계 등의 부담이 한층 더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LPG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LPG 유통사인 SK가스와 E1은 이달 프로판과 부탄 등 LPG 공급가격을 일제히 ㎏당 80원(7.9%) 인상했다. 가정용·상업용으로 쓰이는 프로판은 ㎏당 1095.5원, 택시 등 수송용 연료인 부탄은 ㎏당 1487.4원이 됐다. 프로판과 부탄 모두 가격이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대비 각각 43.0%, 28.5% 급등했다. 두 업체는 지난달에도 LPG를 각각 50원과 48원 올렸다.

LPG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국제 유가에 연동하는 국제 LPG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매달 가격을 산정해 각 업체에 통보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과 LPG를 들여오는 해상 운임 등 유통비용을 반영해 국내 공급가격이 정해진다. 아람코가 통보한 프로판과 부탄 가격은 최근 1년 새 각각 80.8%와 89.9% 급등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한 지난 5월 이후에만 각각 33.3%와 37.9%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다 환율과 해상 운임도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SK가스와 E1은 다음달에도 LPG 공급가격을 ㎏당 수십원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가 국제 가격을 올리면 국내 가격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LPG 쇼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택시업계 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도 LPG 가격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