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결국 퇴출된다"…자동차 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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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車 "퇴출 전에 친환경 연료 찾자"
수소·이산화탄소·질소 결합한 e퓨얼
전기차 수준으로 배출가스 저감…경제성 해결해야
수소·이산화탄소·질소 결합한 e퓨얼
전기차 수준으로 배출가스 저감…경제성 해결해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이는 되돌릴 수 없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뱉은 발언이다. 이러한 내연기관 퇴출 움직임에 자동차 업계는 대안 모색에 나섰다. 배출가스를 줄이는 새로운 연료를 만들어 내연기관을 지키겠다는 심산이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각 제조사들이 친환경 신 연료 개발에 팔을 걷고 있다. 기존 자동차의 내연기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배출가스는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게 'e퓨얼'이다. 전기 기반 연료의 약자인 e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과 결합해 만드는 합성연료다.
e퓨얼의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고 이상화탄소와 질소는 대기 중에서 포집해 쓰기에 친환경적이다. 더불어 화학적 구성이 석유와 같아 별도의 변환 장치 없이도 기존 내연기관에 바로 쓸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기차와 같은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장 먼저 팔을 걷은 곳은 폭스바겐그룹이다. 아우디는 2015년 A8에 수소 합성연료(e퓨얼)를 주유해 배출가스 저감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7년에는 e가솔린과 e디젤 등 e퓨얼 연구 시설을 설립하고 현재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우디가 개발한 e가솔린은 유황과 벤젠이 없어 배출가스가 적고 옥탄가가 높아 엔진 효율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도 지난해 2400만 달러를 투자해 칠레에 e퓨얼 공장을 세우는 등 e퓨얼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와 협력한 칠레 공장은 내년 시험가동을 시작하고 약 13만L의 e퓨얼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르쉐AG R&D 부문 총괄 마이클 슈타이너는 “e퓨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2022년 포르쉐 모빌 1 슈퍼컵 2022 시즌부터 칠레에서 만든 e퓨얼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승용차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85%까지 감축한 e퓨얼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경쟁국에 비해 전기차 분야에서 뒤쳐진 일본 자동차 업계도 e퓨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닛산, 혼다와 함께 e퓨얼 연구에 나섰다. 기존 하이브리드 기술에 우위를 지닌 일본 업계는, 하이브리드차에 e퓨얼을 연료로 쓰면 전체 탄소배출량을 전기차보다 더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e퓨얼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를 필두로 한 완성차 업계와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스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4월 '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결성하며 e퓨얼 동맹을 맺었다. 한양대, 서울대,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학계·연구기관과 산업통상자원부도 협력에 나섰다. 산업부는 2022년까지 e퓨얼 기술 개발에 총 877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퓨얼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경우 완성차 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다. 이미 갖춰진 내연기관차 인프라도 계속해 사용이 가능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을 37% 덜 사용하는데, 이로 인한 부품사들의 경영 위기와 근로자들의 실직 문제도 덜어낼 수 있다. 정유사들은 연료 판매 사업을 지속할 수 있고, 정부는 수송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축소하고 전기차 보조금도 줄일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와 같은 수준의 친환경성을 갖춘다면 경제성이 부족한 전기차에 주는 보조금 혜택도 탄력적으로 줄일 수 있다. 충전 인프라 확대 속도를 조절해 예산을 아끼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e퓨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기술로는 제조비용이 높아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e퓨얼의 생산비용은 L당 5000원 정도다. 포르쉐가 생산하는 e퓨얼 가격은 L당 10달러(약1만1470원)로 휘발유에 비해 크게 높다.
다만 포르쉐는 대량생산을 통해 e퓨얼 가격을 2달러(약 2300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13만L인 e퓨얼 생산량을 2026년부터 연간 5억5000만L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기술로 전동화가 불가능한 항공기와 선박 등에 e퓨얼을 활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선박과 같은 대형 수송기관은 배터리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e퓨얼 적용을 통한 탄소저감이 필요하다"고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통해 제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각 제조사들이 친환경 신 연료 개발에 팔을 걷고 있다. 기존 자동차의 내연기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배출가스는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게 'e퓨얼'이다. 전기 기반 연료의 약자인 e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과 결합해 만드는 합성연료다.
e퓨얼의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고 이상화탄소와 질소는 대기 중에서 포집해 쓰기에 친환경적이다. 더불어 화학적 구성이 석유와 같아 별도의 변환 장치 없이도 기존 내연기관에 바로 쓸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기차와 같은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장 먼저 팔을 걷은 곳은 폭스바겐그룹이다. 아우디는 2015년 A8에 수소 합성연료(e퓨얼)를 주유해 배출가스 저감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7년에는 e가솔린과 e디젤 등 e퓨얼 연구 시설을 설립하고 현재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우디가 개발한 e가솔린은 유황과 벤젠이 없어 배출가스가 적고 옥탄가가 높아 엔진 효율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도 지난해 2400만 달러를 투자해 칠레에 e퓨얼 공장을 세우는 등 e퓨얼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와 협력한 칠레 공장은 내년 시험가동을 시작하고 약 13만L의 e퓨얼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르쉐AG R&D 부문 총괄 마이클 슈타이너는 “e퓨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2022년 포르쉐 모빌 1 슈퍼컵 2022 시즌부터 칠레에서 만든 e퓨얼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승용차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85%까지 감축한 e퓨얼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경쟁국에 비해 전기차 분야에서 뒤쳐진 일본 자동차 업계도 e퓨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닛산, 혼다와 함께 e퓨얼 연구에 나섰다. 기존 하이브리드 기술에 우위를 지닌 일본 업계는, 하이브리드차에 e퓨얼을 연료로 쓰면 전체 탄소배출량을 전기차보다 더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e퓨얼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를 필두로 한 완성차 업계와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스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4월 '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결성하며 e퓨얼 동맹을 맺었다. 한양대, 서울대,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학계·연구기관과 산업통상자원부도 협력에 나섰다. 산업부는 2022년까지 e퓨얼 기술 개발에 총 877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퓨얼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경우 완성차 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다. 이미 갖춰진 내연기관차 인프라도 계속해 사용이 가능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을 37% 덜 사용하는데, 이로 인한 부품사들의 경영 위기와 근로자들의 실직 문제도 덜어낼 수 있다. 정유사들은 연료 판매 사업을 지속할 수 있고, 정부는 수송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축소하고 전기차 보조금도 줄일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와 같은 수준의 친환경성을 갖춘다면 경제성이 부족한 전기차에 주는 보조금 혜택도 탄력적으로 줄일 수 있다. 충전 인프라 확대 속도를 조절해 예산을 아끼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e퓨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기술로는 제조비용이 높아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e퓨얼의 생산비용은 L당 5000원 정도다. 포르쉐가 생산하는 e퓨얼 가격은 L당 10달러(약1만1470원)로 휘발유에 비해 크게 높다.
다만 포르쉐는 대량생산을 통해 e퓨얼 가격을 2달러(약 2300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13만L인 e퓨얼 생산량을 2026년부터 연간 5억5000만L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기술로 전동화가 불가능한 항공기와 선박 등에 e퓨얼을 활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선박과 같은 대형 수송기관은 배터리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e퓨얼 적용을 통한 탄소저감이 필요하다"고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통해 제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